유난히 길었던 여름과 짧은 가을이 지나고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 탓에 미처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오지 못한 이화인들이 추위에 떨며 캠퍼스 안을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밀려드는 과제와 함께 열심히 생활하는 이화인들은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여러 전공의 수업을 듣다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교내의 몇몇 건물을 옮겨다니게 된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며칠 전에도 이화·신세계관(신세계관)과 학관, 이화­포스코관에서 수업을 들었다. 이렇게 세 개 건물에서 하루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학관의 난방시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오래된 건물이라 학관이 유난히 춥다는 것은 이 건물을 이용해 본 이화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매년 인문대 학생회와 과대표, 총학생회 선거에서 학관과 공학관의 난방시설 개선이 공약으로 언급될 만큼 학관의 추위는 악명이 높다. 그런데 갑자기 추워진 그날, 새로 지은 신세계관은 난방 시설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학관의 난방시설은 가동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학관의 난방시설이 작동했다면 라디에이터에 난방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되는 학관의 교실 안은 냉기만 가득했다. 학생들은 실내에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추위 탓에 수업 시간에도 목도리를 두르고 외투로 무장한 채 앉아있어야 했다. 고질적으로 제기됐던 학관의 난방문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친구들은 이제 겨울에 학관에서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관용 복장’을 따로 준비해야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 학관을 자주 이용하는 친구들과 나는 이 추위를 어떻게 견뎌야 할 지 걱정된다. 학관뿐만 아니라 공학관도 난방시설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학생들은 건물이 낡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으면서 추위를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새 건물들이 부럽지만 그래도 자신이 수업을 듣는 건물이기에 낡은 건물에 애착을 가지고 이용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조성은(행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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