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검거 · 신원 확인 시 유용 VS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인 취급하는 것

“열 손가락 지문날인제도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시하므로 폐지해야 한다”

법과대학 헌법학회가 학술제‘지문강제날인 제도에 대한 헌법적 고찰’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번 학술제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이 났으나 논란을 빚고 있는 ‘지문날인제도’를 주제로 20일(수) 개최됐다.

대한민국 국민은 만 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어야 한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제도다. 헌법학회는 “7월9일(일) 평택 평화대행진에 참여했던 김자현씨가 자신의 손가락을 자해하며 지문날인을 거부했지만 경찰의 강제로 결국 지문을 채취당했다”며 사회적 이슈가 된 ‘지문날인제도’를 주제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문날인제도는 범인을 검거하거나 사고자의 신원이 불분명할 때 이용하면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국가는 국민의 지문을 채취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헌법적으로 많은 허점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정소영 헌법학회장은 “범죄 수사를 이유로 지문을 수집하는 것은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이어 지문날인을 거부한 사람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선거에도 참여할 수 없어 참정권을 침해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실제로 지문 정보가 유용하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연간 발생하는 범죄 건수는 총 1백50만 건인데 비해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는 0.28%인 4천200건에 불과하다. 정씨는 “지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운영해도 범인 검거에는 아무런 이점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유전자 감식이나 치아 감별 등 다른 과학적 수사 방법이 훨씬 유용하다고도 밝혔다.

학회장의 논문 발표가 끝나자 패널토의가 이어졌다. 토의에서는 지문날인제도의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찬성 측의 패널로 등장한 이민희(법학·2)씨는 “2008년부터 미국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 시 지문날인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문이 어떤 개인정보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대 측도 팽팽하게 맞섰다. 서유리(법학·2)씨는 “주민등록법에 명시되지 않았는데 주민등록법시행령에 입각해 지문을 채취하는 것은 헌법의 원리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치열한 공방은 범죄 수사 시 지문 외에도 다른 유용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혜연(법학·1)씨는 “평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부분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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