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 수업 준비로 자정까지 머물러…1교시때문에 휴게실에서 자기도

트레이닝 복 입고 안경을 끼고 앞머리에 실핀 하나 꽂은 채 담요를 두르면 준비 끝. 여기에 물컵과 간식 하나쯤 챙겨주면 도서관에서 밤샐 채비로는 완벽하다. 중앙도서관(중도)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무슨 사연으로 여기에 있을까. 19일(화)∼21일(목) 밤 도서관을 찾아갔다.


고시·학과공부에 땀 뻘뻘

도서관에서 공부에 열을 올리는 대다수의 학생은 ‘고시생’이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 고시생들은 서로 인사한 적이 없는데도 어느샌가 얼굴이 익숙해진다. 트레이닝 복·담요·독서대가 필수품이라는 사법고시생 고아름(법학·3)씨. 그는 수업이 끝난 후 자정까지 중도에 머문다. 공부에 집중하다 보면 6시간 마다 연장해야 하는 지정좌석표 제도를 깜빡 잊곤 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도 밤10시는 꼭 넘겨야 일어선다.

강미리(경영·4)씨는 고시 준비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도서관 에티켓 전령사’가 됐다. 책장을 시끄럽게 넘기는 사람이나 볼펜을 딸깍거리는 사람들에게 주의할 것을 요청하는 쪽지를 건넨다. “쪽지를 보면 미안해하면서 바로 고치더라고요”5층 열람실에서 소곤소곤 질문을 건넨 기자에게 “사람들에게 방해된다”며 공터로 데리고 나갔다. 몸에 밴 예절이 자연히 묻어난다.

학과공부에 충실한 모범생의 열기도 뜨겁다. 오후10시가 넘은 시간, 영어원서 전공책을 마주한 박보영(화학·2)씨를 만났다. 그는 1학년 2학기부터 수업 후에 매일 도서관에 온 노력파다. “과제도 있고 미리 읽어야 할 책 분량도 많아서요” 실험보고서 과제도 하고 원서를 읽으며 수업을 준비한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박씨는 “매일 와서 공부해도 학과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취업준비생들
취업을 앞두고 바쁜 고학번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백세연(행정·4)씨는 하숙집 컴퓨터가 고장 나 중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일주일에 2∼3번씩 온다는 백씨는 입사지원서를 쓰기 위해 밤을 새울 예정이다. 컴퓨터 옆에 놓인 컵라면을 가리키며 밤샘 준비의 필수라고 덧붙였다. 김보경(사학·4)씨는 토익공부·입사지원서 작성 등 취업준비로 중도에 들렀다. 그는 블라우스·치마에 구두까지 깔끔하게 차려입은 채로 늦게까지 중도에 남는다.“요즘 교내에서 열리는 취업설명회와 면담회 때문에요”정장 차림으로 공부해야하지만 이것도 취업의 일부라며 미소 짓는다.


도서관은 잠자리·놀이터
한편 중도를 특별한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요일 1교시 수업에 가려고 매주 화요일 밤 중도에서 자요” 경기도 시흥이 집인 김신정(초교·1)씨는 통학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 그는 아침 8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고심 끝에 중도 휴게실 노숙을 선택했다. 파릇파릇한 새내기지만 매점 앞 소파를 차지한 그의 모습은 고학번처럼 보인다. 김씨는 중도 휴게실이 리모델링 후 소파가 줄어 일찍 잠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마음 놓고 자도 새벽 6시반이면 시끄러운 청소 소리에 잠이 확 깨요” 불편한 쪽잠이지만 지각할 일이 없어 만족스럽다.

중도를 천국에 비유하는 이화인도 있다. 기숙사 앞 쪽문 근처에서 자취하는 박정은(경제·2)씨에게 도서관은 안식처다. 그는 휴관일만 빼고 1년 내내 중도를 드나든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잖아요”공부도 하고 컴퓨터도 마음대로 이용하고 친구들과 함께 휴게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밤 새고 새벽 5시에 문이 열리면 집에 가서 씻고 다시 학교로 와요”들어와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박씨에게는 중도만한 놀이터는 없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