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원하는 수업이든 그렇지 않든 이화인들은 완성된 시간표에 맞춰 2006학년도 가을학기에 적응하고 있다.

한 학년이 같은 시간 동시에 접속해 수강신청을 하다보니 인기강좌는 단 몇 초 만에 마감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수강신청 기간에 순간의 찰나를 놓쳐 원하는 과목을 놓친 많은 이화인들은 ‘교수님께 조르기’부터 ‘무한 클릭하기’까지 시간표를 완성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돈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명 수강권 사고팔기다. 원하는 수업을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학교 자유게시판에는 ‘화폐금융론 빼실 분 없으세요?’라는 글이나 그에 대응해 3∼5만원의 사례비까지 요구하는 실정이다. 졸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까지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수강권매매는 필수교양과목에서 많이 나타났다. 특히 영어Ⅱ과목에서 2007년 이후 1학년 이외의 학생들은 들을 수 없게 했기 때문에 수강전쟁이 두드러졌다. 수요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규칙을 공고해 학생들이 혼란을 겪게 한 학교도 더욱 주의가 필요하지만,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학생들의 태도도 씁쓸하다.

수강권 사고팔기는 비단 우리학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연세대에서도 인기 좋은 필수교양과목은 강의를 판다는 글이 게시판에 올랐다가 거래가 성사되면 금새 사라진다. 보통 1학점에 1만원 선이다.

서울대에서도 지난 여름 계절학기 ‘대학국어’와 ‘대학영어’등 교양강의의 수강권을 사고파는 일이 성행해 논란이 일었다. 서울대생 전용 포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SNULife)’게시판에는 수강권을 사겠다는 글이 수강신청 기간 5일동안 100여건을 훌쩍 넘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서울대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모두 구제하고 대학영어는 수강학생을 늘리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또 본교의 영어Ⅰ,Ⅱ와 같은 필수영어과목 ‘대학영어’는 텝스(서울대 주관 영어능력 검증시험)로 대체가 가능하다.

본교의 경우 필수과목 영어Ⅰ,Ⅱ 수업이 요구하는 영어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신입생들은 면제 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나 명확한 규정이 없고 까다로워 합격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05년 2학기에는 12명이 응시에 1명이 합격, 지난학기에는 78명이 응시해 22명이 합격했다. 실질적으로 대체가 될 수는 없는 제도다.

수천개가 넘는 과목 수를 정확하게 수요조사 하기도 힘들 뿐더러, 앞으로도 인기과목은 언제나 학생들로 넘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까지 거래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돈이 필요한 일이 아닌데 돈이 하나의 해결수단이 된 것은 ‘수강권’만이 아니었다. 한때 훈련학점인 채플도 대리출석하는 알바가 성행했다. 30분인 채플 1회 출석해 주는데 5천원. 한학기 대신 출석해 주는 댓가로 4만원을 제시하는 글들이 게시판에 줄을 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5년 1학기에 교목실은 ‘금품을 댓가로 채플 대리출석을 의뢰하거나 응한 학생 모두 학칙에 의해 처벌받는다’고 공지했고 이후 채플 대리출석 이 발견된 경우 관련 학생을 소속 대학지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대리출석을 하면 안된다는 의식이 퍼져 최근에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어졌다.

쏟아지던 수업 관련 글들이 한풀 꺾인 요즘 학교 자유게시판에는 교재를 사고팔기 위한 글들이 도배돼 있다. 한 두개씩 보이는 ‘사물함 사고팔기’글들이 또한번 휩쓸고 나면 중간고사 기간에는 ‘XX과목 필기 구합니다 사례할께요’라는 글이 도배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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