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가 좋은 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 학내 정보에 눈이 밝아진다. 둘째,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접근 가능하다. 셋째, 학내에서 이뤄지는 강연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기쁨은 단연 세 번째다.
강연은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한다. 기자는 지금까지 다양한 특강을 취재 다니며 영화감독·발레리나· 아나운서· CEO 등 유명인사들을 만났다. 유명인사가 없는 딱딱한 주제의 포럼이나 세미나도 흥미는 덜하지만, 가공할 만한 지식을 체험할 수 있다.
그런데 강연에 대한 이화인의 관심과 참여도는 너무 낮다. 손석희 특강과 같이 대중의 인기가 확보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강연은 수업 대체로 학생참여를 유도한다.
작년 9월28일(수) 통일학연구원과 법학연구소는 ‘남북한 통일법제 및 그 과도기적 과정’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남북한 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자주 보던 타대 법학과 교수부터 사법고시를 수석으로 통과한 검사·개성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간부등 다양한 사람이 발표 및 토론에 참여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행사를 주최한 쪽에서는 애가 탈 일이었다. 심포지엄장에 들어선 주최측 교수는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빨리 학생들을?Ⅸ??오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무슨 주제인지도 모르는 채 심포지엄에 들어왔다.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은 곧 달라졌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 학생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쾅쾅” 문 닫히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고 발표자의 표정도 불안해졌다. 상황을 지켜보는 기자의 눈도 발표자 얼굴 보기가 민망해 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학교 안에는 학생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강연들이 마련되고 있다. 모든 행사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법이다. 이제는 좀 더 많은 이화인들이 학교 안에서 즐거운 경험들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붙여놓은 수 십장의 포스터들은 이화인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즐거운 대학 생활,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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