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다가가 온몸을 밀착시키고 격렬하게 흔드는 여성 출연자를 보며 진행자들은 “도발적이다”“섹시하다”고 칭찬한다. 처음 본 남성과 키스하는 여성을 보고서는 “거침없는 구애”라며 환호를 보낸다.

 

코미디TV에서 방영하는 리얼리티쇼‘리얼스캔들 러브캠프4’의 한 장면이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는 일반 여성들의 모습은 위험 수위를 넘었다. 여성들의 욕설·속옷 노출 등이 아무런 제재 없이 전파를 타고 있다.

 

일반인이 출연해 미팅·성형 과정 등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가 최근 급증했다. 이전에는 외국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국내에서 제작하는 것만 20∼30여개다. 이 쇼에 출연하는 여성들은 거의 20대다.

 

리얼리티 쇼의 20대 여성들은 상대 남성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강도 높은 스킨십을 하거나 상금을 타기 위해 안달 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M.net의 ‘아찔한 소개팅’의 경우, 다수의 남녀가 소개팅을 한 뒤 킹카·퀸카를 뽑아 상대 이성과 상금 30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 때 카메라는 남녀 간에 오가는 대화를 그대로 비춘다. 한 여성 출연자가 상대방 남자에게 ‘재수없다’며 욕설을 내뱉는 장면, 브래지어 끈이 풀려 옷 밖으로 나온 장면 등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5월 종영된 XTM의 ‘S’에서는 여자 6명이 주인공 남자(S맨)에게 선택받기 위해 성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게임을 벌였다. 초면인 S맨의 입술·손가락·쇄골 등에 거리낌 없이 키스 하는 건 예사. 아이스크림 빨리 빨아먹기 대결도 한다.

 

주체성 없이 외모지상적인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는 모습도 나온다. 성형 관련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 사례. KMTV ‘help 美’의 4기 출연자는 매우 평범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외모 때문에 받은 설움을 말하며 우는 장면이 방영돼 시청자들의 비난을 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보통 수준의 얼굴을 고쳐야 한다니, 이러다가는 전국민이 성형을 해야할 판’이라는 등 반감을 드러내는 글이 올라왔다. 동아TV의‘스타메이커’도 출연자의 성형 전후를 비교하며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 밋밋해 보였던 얼굴이 섹시하고 도발적인 얼굴로 바뀌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자라면 섹시한 외모를 가져야 한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문제는 리얼리티 쇼에 등장하는 일부 여성의 모습이 전체 20대 여성들에 대한 인식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S’를 본 한 네티즌은  “데이트 자금 300만원 때문에 처음 보는 남자 몸을 더듬는 여자들이 이해가 안 간다”(ID:연구대상충재)며 여성들의 의식을 문제 삼았다. 한재숙(52·주부)씨는 “요즘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방송에 출연하고자 하는 20대 여성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윤정주 담당자는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 ‘여성들은 성을 상품화하는데 동조하고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20대 여성들은 TV속의 여성이 모든 여성들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최혜진(성악·2)씨는 리얼리티 쇼 속의 여성들의 모습은 극히 일부라며 “방송사가 여성들의 모습이 자극적으로 비춰지도록 의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리얼리티 쇼란 ‘실제’를 뜻하는 리얼리티(reality)와 ‘꾸미는 일’이라는 쇼(show)의 합성어다.‘연애불변의 법칙’을 기획한 송우열 PD는 “대본은 없지만 기본적인 상황은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바람둥이로 소문난 남성과 여러 여성을 만나게 한다’·‘주인공 남자에게 작업녀를 투입한다’ 등 큰 틀은 정해진 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리얼리티 쇼에 참가했던 김선정씨는 성신학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본만 없을 뿐 내용은 이미 짜여져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각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리얼리티 쇼는 점점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민우회 윤 담당자는 “프로그램 속에서 여성이 성적으로 왜곡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방송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시청률이 아니라 공익성·유익성 등으로 프로그램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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