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주최 '통화정책 경세대회' 최우수상 수상팀- 콜금리 인상 주장으로 76개팀 중 1위 차지

‘설마…설마…’를 되뇌이며 긴장하던 순간. “마지막으로 최우수상은… 이화여대 ‘Interest­ING’입니다” 친구들의 환호성이 터졌고, 감격에 찬 차은아씨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기은주(행정·4), 김승희(경제·4), 이빛나(컴퓨터·4), 차은아(경제·4)씨는 한국은행에서 주최한 ‘2006 통화정책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최근 경제흐름을 살펴본 후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총 52개 대학 76개 팀이 출전했다. 7월 예선을 거쳐 8월18일(금) 결선에 오른 8개 팀을 물리치고 당당히 고지에 올라선 이들을 학생문화관 휴게실에서 만났다.

팀 이름을 발음하기 전에 잠시 머뭇거리자 “인터레스트 아이엔지요”라고 받아치며 웃는 그들. ‘통화’를 뜻하는 ‘Interest’와 ‘진행형’을 의미하는 ‘ING’를 합쳤다. 통화정책은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연결해 읽으면 ‘Interesting’이 되는데 대회에 즐겁게 참여하자는 의미도 있다.

대회는 각 팀마다 15분간 발표한 후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출전 팀의 주장은 콜금리 인상과 동결로 엇갈렸다. 이들 네 명은 최근 경기가 회복기를 맞았고 하반기에 물가가 인상될 것이라 예측해 콜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마침 예선대회 이후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을 결정했어요”

이빛나씨는 결선에서도 운이 따라줬다고 했다. “본선에 나오기 전 한국은행 사이트에 올라온 최신 논문을 공부했는데, 그 논문 저자가 심사위원으로 나오지 뭐에요”예감이 좋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심사위원이 논문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옳다구나!’기은주씨는 자신있게 술술 대답했다. 그러나 의욕이 앞서 ‘여기에 덧붙이자면’이라고 말을 던지는 순간, 덧붙일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씨가 발표 도중 말을 멈추자 장내에는 2∼3초간 싸늘한 정적만 흘렀다. “그 짧은 시간에 별 생각이 다 스치더라구요. 저 때문에 팀 전체가 피해볼까봐 그게 제일 두려웠죠”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았다. 곧바로 그는 ‘잠시 생각해보고 말하겠습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 순간 장내가 웃음 바다로 변했다. “사실 저희가 마지막 순서라 심사위원들도 지루했을텐데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난 게 아니었을까요”

행운도 노력하는 자에게 따르는 법. 그들의 결실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방학 중에는 매일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이화­포스코관 컴퓨터실에 콕 박혀서 대회를 준비했어요” 광복절과 제헌절도 예외 없이 일주일 내내 연구에 몰입했다.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한국개발원·한국경제연구소·삼성경제연구소 등 각종 사이트를 방문해 최신 논문을 끊임없이 분석했다. 점심과 저녁 끼니는 오로지 이화사랑 김밥. 참치김밥부터 오곡김밥까지 안 먹어본 김밥이 없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땐 주저하지 않고 지도교수에게 달려갔다. 이 팀을 지도한 홍기석(경제한 전공)교수는 “보통 예년의 팀들은 처음에만 찾아오다 나중엔 소식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팀은 귀찮을 정도로 빈번하게 찾아왔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힘겨운 고비도 있었다. 본래 있던 팀원 2명이 취업이 되는 바람에 예선과 결선을 앞두고 각각 1명씩 교체 된 것. 차은아씨는 “팀원이 갑작스레 교체된 팀은 저희가 유일했죠. 많이 혼란스럽고 걱정됐지만 그런만큼 더 열심히 준비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른 활동은 모두 포기한 채 방학 내내 쏟아 부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것은 최우수상을 탔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전공도서를 통해 머리로만 생각하던 이론을 실제 현상에 적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팀원 모두가 동감하는 이번 대회의 성과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성과는 네 명 사이의 돈독한 우정처럼 보였다. 통화수치로는 절대 따질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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