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도 웃을 것 같다는 연예계 1대 ‘미소천사’ 서민정(법학·06년 졸)씨가 8월25일(금) 학교를 졸업했다. 시트콤과 영화에서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으로 사랑 받아온 그를 전화 인터뷰했다. “여보세요오~” 마치 라디오를 듣는 듯 생생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하셔도 돼요”라는 그의 배려에서 여느 선배와 같은 친근함이 묻어난다.

7년 만에 학교를 떠나는 그의 발걸음은 누구보다도 가볍다. “연기도 공부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어서 힘들었는데,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어 감격스러워요” 특히 이번 졸업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생애 처음으로 졸업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외국으로의 이민·대입 낙방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한 번도 졸업식에 가 본 적이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가족들과 친구, 몇몇의 팬들까지 함께 모여 즐거운 졸업식을 보냈다.


1999년 입학할 당시 서씨는 양 볼이 발그레한 새내기 이화인이었다. 언제나 소리 없이 배시시 웃기만 하는 그를 선배들은 ‘새색시’라고 불렀다. 당시 교내 방송국 EBS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그는 2학년 때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맞았다. ‘EBS 신입생 환영제’에서 사회를 본 그에게 SBS의 한 PD가 방송 출연을 제의한 것. 이것이 인연이 돼 2000년 9월 VJ 활동을 시작했다. “제가 특별히 끼가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그저 평범하던 제가 연예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자연히 EBS 활동은 그만둬야 했다. 엄격한 선배 앞에서 탈퇴 의사를 밝혔던 그 긴장된 순간을 그는 잊지 못한다.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딱 뒤돌아서 나오는데 긴장이 풀렸는지 코피가 흐르는거 있죠”

연예 활동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들쑥날쑥 변경되는 방송 일정 때문에 곤욕을 치룬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의 지방 촬영이 시험 시간과 겹쳤다. 하는 수 없이 시험을 먼저 보겠다고 교수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교수는 “나는 학생을 TV에서 본 적도 없고 학생이 촬영 때문에 빠지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더 조를 수가 없어 눈물을 머금고 강원도에 내려갔다. 그런데 웬걸. 당일 주연배우의 사정으로 촬영이 취소됐다. 설상가상으로 굵은 F가 성적표 한 칸을 채웠다.


일반 이화인도 어려운 채플 출석이 서씨에게 예외일리 없었다. 두 학기 전에는 그동안 빠진 채플을 이수하기 위해 일주일에 4번씩 대강당 계단을 뛰어 올라야 했다. “집이 있는 경기도 수지에서 새벽같이 버스 타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방송 활동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었을텐데 식사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보통 수업을 친구 없이 쓸쓸히 주3파나 주4파로 빽빽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가끔 아침에 가정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학생문화관이나 이화­포스코관 매점에서 김밥을 사서 먹던 기억이 나네요” 그는 웃으면서 김밥이 참 맛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 오른 서민정씨 관련 기사 밑에는 간혹 ‘학교에서 봤는데 연예인 같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다. 그가 가장 즐겨입는 옷은 청바지. 통학은 142번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평범한 모습 때문인지 교정을 돌아다녀도 이화인들이 못 알아보는 때가 많았다. 그러나 수업 끝나고 바로 방송이 있어 분장을 하고 온 날은 어김없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자주자주 꾸미고 와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의 꾸밈없는 차림처럼 솔직담백하게 말하는 그다.

앞으로는 보다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서씨. 이제 그를 학교에서는 볼 수 없지만, 브라운관에서 더욱 멋지고 당당한 미소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