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쉬움 남는 120주년 기념행사
[사설]아쉬움 남는 120주년 기념행사
  • 이대학보
  • 승인 200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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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즐겁게 세상을 흔들어라’

이화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근대 교육기관으로 첫 발을 내딛은 지 120년. 1886년 병술년 미국 선교사 스크랜튼 여사가 황화방(현 정동)에 200평 규모의 이화학당 한옥교사를 짓고 한국 여성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었다. 이화학당이 세워진 그 해가 한국여성교육의 원년이 된 것이다. 이에 본교는 창립 2주갑을 맞은 올해 다양한 기념사업과 행사를 기획하였다.

대표적 기념사업으로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이 있다. 개발도상국의 여성인재들에게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본교 학부 및 대학원에서 교육함으로써 그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 및 21세기 글로벌 리더로 키우는 것이다. 14개국에서 온 24명의 첫 EGPP 장학생들이 이화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화를 세운 5명의 스승이 안치돼 있는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기념표석을 세웠고, 이화학당 한옥교사를 복원해 이화학당 부지에서 26일(금) 봉헌식을 가졌다. 이화역사관은 「이화 110년사」(국문본)과 사진도록 「이화영상실록」을 발간한다. 본교는 이화의 개척자 정신을 표현하는 ‘Frontier Ewha’를 슬로건으로 삼고 창립 120주년을 상징하는 앰블럼을 만들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학생처·박물관·총 연극회 등은 공연 및 전시행사를, 각 대학과 연구소는 각종 학술 특강 또한 준비했다.

본교 내 각 기관과 대학(원)들이 기획한 수많은 기념행사들의 기획과 진행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본교 창립 120주년의 의미를 고취시키며, 이화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다는 것이다. 이화학당 한옥교사 복원 봉헌식은 이화 120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참석자는 대부분 내.외빈과 교직원이었다. 이화인들이 본교 창립 120돌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고찰하고, 진행할 수 있는 행사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학생처가 주최한 학생 사진공모전 ‘이화, Ewha !n’,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이화 대동제 등이다.

학술 및 연구 부문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각 대학·과·연구소 등이 매년 꾸리고 있는 일반적인 행사에 ‘창립 120주년 기념’이라는 이름표만 붙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행사는 전공 학생들만 관심을 기울일 법한 주제로 꾸려져 이화인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강연자와 강연내용이 겹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최재천 석좌교수(생명과학 전공)는 10일(수) 제 6회 김옥길 기념강좌에서 ‘통섭: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세계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어 그는 지난 25일(목) 종합과학관에서 ‘21세기 생물학-통섭생물학’을 특강했는데 두 강연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재천 석좌교수는 자연사박물관과 자연사연구소가 주최한 ‘개미제국의 발견’ 특강에도 초빙됐다.

본교는 사랑으로 섬기는 여성지도자를 배출한 이화의 120번째 생일을 기념해 야심차게 사업과 행사들을 기획했다. 그러나 창립 120주년 기념행사가 이화 탄생의 의미를 충분히 공유하고 되새기는 진정한 기회가 됐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