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과 소파, 심지어 화장실 세면대도 장난감같다. 마치 소인국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곳은 본교 사범대학부속 이화유치원.

“풀 주세요”, “가위가 없어요” 아이들은 연신 선생님을 찾는다. 곧 있을 어버이날을 맞이해 어버이날 꽃을 만드는 것이 오늘의 주요 활동 중 하나. 아이들은 보조교사와 함께 고사리같은 손으로 분홍·노랑·초록색 도화지를 자르기 시작했다.

현재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4학년 학생 중 약 19명이 사전교육실습으로 이화유치원에서 교육실습생(교생)을 하고 있다. ‘무궁화반’(만 5세)를 맡은 강경미·백희진·홍수연씨는 아침부터 책을 정리하는 등 아이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교생들은 아이들이 어버이날 꽃을 만들며 혹시나 가위에 손이 다치지 않을지 걱정이다.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라는 글씨도 틀리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도화지가 없다’, ‘글씨를 못 쓰겠다’ 아이들의 쉴새없는 요구에 정신이 없다. 홍수연씨는 “선생님은 언제나 모든 반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배웠다”라며 그러나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연신 아이들이 만든 꽃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잠 못자고 피곤해도 아이들만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돼요”라고 백희진씨는 전했다.

어느새 간식시간. 오늘의 메뉴는 소고기 떡볶이와 방울 토마토, 둥글레차. 아이들과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보낼 것 같지만 더 바빠진다. 아이들이 편식과 먹는 속도 등을 일일이 지도해야 하기 때문. 그런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교생들만으로도 수습이 되지 않을 때는 빨리 담임 선생님을 부르는 것이 상책이다. 선생님이 오면 신기하게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 선생님의 우는 아이를 달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꼼꼼이 새긴다. 홍씨는“담임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하나 하나에 노하우가 녹아있다”고 했다.

저쪽에서는 백씨가 방울 토마토를 먹지 않는 민기(가명)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백씨는 “무슨 맛인지 궁금하지 않아? 같이 먹어볼까?”라고 아이를 다독거린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민기가 방울 토마토를 넘기는 순간, 백씨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강의시간에 접하지 못했던 상황이 유치원에서는 매일 발생한다. 강씨가 아이들과 블럭 놀이를 하고 있는 도중 장난꾸러기 기준(가명)이와 성빈(가명)이가 블럭을 다리 사이에 끼고 “꼬추 꼬추”라고 소리쳤다. 아직은 이런 상황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동안 교생를 하면서 생긴 경험으로 이럴 때는 그래서는 안된다라고 제지를 한 후, 다른 주제로 관심을 돌린다. 강씨는 “처음에는 그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생각나지 않아 아무 말도 못했다”며 집에 가서 후회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론을 3년 동안 배운 것보다 아이들과 부딪치면서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일상에서도 유치원의 생활은 그대로 드러난다. 친구들과의 이야기 중 80%는 유치원 아이들과 있었던 일. 강씨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것이 버릇이 됐다”며 “남자친구한테도 아이들에게 말하듯 차근차근 이야기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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