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서적 빌렸더니 30장 흔적도 없어

중앙도서관(중도) 인턴십 장학생인 김민지(작곡·4)씨는 매번 중도 바닥이나 책장 선반을 살핀다. 학생들이 책을 찾기 위해 메모한 종이가 여기저기에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3시간 동안 그가 줍는 종이 수만 해도 평균 20장 정도. 또 책을 보고 엉뚱한 자리에 꽂아 놓고 가버리는 학생도 있다.

이처럼 중도 내 기본 예절을 지키지 않는 학생이 많아 불만이 크다. 본교 자유게시판에도 불만 사항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4월6일(목)~5월3일(수)까지 중도에 대한 불만에 관한 게시물만 6건이 등록됐다. 대부분 도서관 내에서 전화통화 및 큰 소리로 떠들기 등 예절을 지키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책 찢고, 음식 먹고, 큰 소리로 통화까지
책에 낙서를 해놓거나 심지어 필요한 부분만 찢어가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겪는 건 당연지사. 4월30일(일) 자유게시판에는 도서관에서 대출한 전공서적이 30페이지 가량 찢겨져 있어 피해를 겪은 학생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성혜(사과·1)씨는 “빌린 책에 줄친 곳 등 공부한 흔적이 많아 누가 기부한 책인 줄 알았다”전했다. 박순영(생명·3)씨는 책에 낙서가 가득해 타대에 다니는 친구에게 책을 빌려주기 미안할 정도였다고.

사서 등 중도 직원들도 이러한 사실은 알고는 있지만 손 쓸 방도가 없다. 정낙춘 사서장은 “그 많은 책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조희경 사서는 “도서관 내에서 책을 찢어가기보다 대여 중에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며 책이 부분적으로 찢어진 경우에는 복사 등으로 보수를 하지만 자료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 사서장은 학생들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며 책을 소중하게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중도는 2005년 3월부터 자료실 내 학생들의 음식 섭취 금지 등을 이유로 자료실용 투명 가방을 따로 비치했다. 그러나 이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도 경비를 맡고 있는 ㄱ씨는 “더울 때는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먹는 학생도 간혹 있다”며 “책 사이에 숨겨서 들어가는 것을 전부 적발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 사서장은 “물을 마시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수기를 비치하는 등 신경은 쓰고 있지만 학생들이 잘 지키지 않는다”고 전했다.

관내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받는 학생들도 문제다. 중도 5층 자유 열람실 엘리베이터 옆 문에는 ‘나가서 받으세요! 다 들립니다’라고 학생들이 쓴 종이가 붙어있을 정도다. 이지원(컴퓨터·3)씨는 큰 소리로 통화하는 학생들 때문에 책 보는데 방해가 된다며 “자료실 내에서는 핸드폰 사용이 금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턴십 장학생으로 일하는 이완(법학·3)씨는 워낙 작게 말해도 신경 쓰이는 곳이 도서관이라며 한 학생이 장시간 통화하는 학생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말했다가 오히려 싸움을 걸어와 놀란적이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및 대학 내 예절교육 절실해
이철성 건양대 예학교육연구원장은 “예절 교육의 경우 당연하다고 생각해 도외시 하는 부분이 많다”며 일본은 대학에서도 공공예절을 기초 교양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 급급해 그만큼 내면적인 도덕적 가치를 경외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기초적인 도서관 및 전반적인 예절에 관한 교육이 이뤄져야한다”고 예절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5년 ‘대학도서관 이용자의 실태 및 만족도 조사’ 논문을 발표한 군산대학교 전(前)도서관장 유옥순 교수(주거·실내계획 전공)는 “도서관 이용 태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 도서관 이용 규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군산대는 33.1%로 가장 높았다”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예절 의식을 가져야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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