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소설가 권지예, 본교 김미현 교수(국어국문학 전공)

제1회 이화글빛문학상 공모에 응모된 작품은 총 두 편이다. 새로 시작되는 장편소설 분야의 공모라는 것이 대학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응모작의 편수가 작품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우려하는 마음으로 두 편을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그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개성을 뚜렷이 보여주는 두 편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힘들게 작업했을 두 응모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두 편 중에서 고심 끝에 <꽃이 떨어지면>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작인 <꽃이 떨어지면>은 두 여성 화자의 교체시점으로 각각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너무 많이 사랑하는 여자와 너무 적게 사랑하는 여자의 심리에 공통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사랑의 허점과 희망을 대비적으로 잘 보여준다. 인물의 성격 창조도 탄탄하고, 서사에 따라 정보를 분배해서 제시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무엇보다도 여러 가지로 변주되며 반복되는 ‘꽃’의 상징성이나 회화에 관한 디테일이 잘 살아서 소설 전체에 독특한 정조를 띠게 한다. 그러나 너무 ‘웰 메이드(well-made)' 계열의 소설인 것이 이 작품의 돛이자 닻이다. 완성도가 높기에 별로 나무랄 데 없이 잘 읽히는 소설이지만, 그만큼 신선한 느낌이나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다운 문제의식이나 도전의식이 아쉬웠다.

반면 <료코의 죽음>은 자신의 눈높이로 본 자아의 문제, 그와 연관된 가족과 타인과의 관계 등을 통해 무한경쟁 시대에서 인생의 결승점이나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작품이다.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존재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사변적 서술에서 은근한 뚝심과 내공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2부에 비해 1부가 너무 처지고, ‘서사’가 아닌 ‘서술’ 중심이어서 장편소설의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 한계가 컸다.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자아 혹은 개인의 주관화된 해석에만 의지함으로써 오히려 동시대 젊은이들의 성장과 성공에 관한 보편적 발언의 기회가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일기체나 고백체의 수준을 넘어서는 서사적 모험이 아쉬웠다. 소설쓰기의 기본인 올바른 맞춤법이나 문장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완성도와 발전 가능성, 서사와 관념, 보편성과 동시대성을 각각 대표하는 두 편 중에서 <꽃이 떨어지면>을 선택한 이유는, 각각의 대립적 요소들 자체보다 그것들을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종합적 능력에서 이 작품이 더 앞서있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좀더 신인다운 도전 정신으로 대학문학상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문제 제기적인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기를 바라며, 그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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