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라오스에서 온 샤이야숙 동사티엔(경영·1)씨는 유난히 한국인과 닮았다는 기자의 말에 재치있게 대답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누니’라고 불리는 그는 올해 120주년 기념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으로 한국에 왔다.

이번에 입학한 14개국 24명의 EGPP 학생 중 한 명인 누니를 따라 그들의 하루 생활을 함께해봤다.


AM 8:30 “안뇽하세요우”

선생님이 들어오자 “안뇽하세요우”를 외치는 EGPP 학생들. 이들은 월∼금 오전 8시30분부터 12시15분까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다.

선생님이 “오늘도 단어 테스트를 하겠어요”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일시에 아우성을 친다. 아무리 간단한 시험이라도 긴장할 정도로 그들은 학업에 열성이다.

누니 역시 한국어에 서툴다. 누니는 첫 번째 단어인 가방을 ‘가빵’이라고 썼다. 어제 몸이 안 좋아 수업에 참석하지 못한 누니에게 이번 시험은 더욱 어렵다. 그는 ‘햄버거’란 단어를 듣고는 갸우뚱거리다 ‘햄뽀’라고 적었다. 라오스 언어에 ‘빠(생선)’·‘삥(굽다)’등 된소리가 많다보니 누니는 자주 모국어 발음처럼 답을 적는다.

EGPP 학생들은 한국어를 아직 문자라기보단 그림처럼 느낀다. 그들은 숙제로 하루에 같은 단어를 20번씩 쓰는데, 처음엔 ‘원숭이’로 시작해도 끝날 때쯤이면 ‘왼숭이’로 변해있다.


PM 12:30 태권도장 문을 두드리다

한국 태권도에 관심이 많다는 누니는 수업이 끝나고 학생문화관을 찾았다. 태권도 동아리에 가입하러 온 것이다.

누니는 학생들에게 “태권도부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돼요?”라고 물으며 이리저리 헤맸다. 그러나 영어로 질문하는 누니에게 한국 학생이 태권도부 위치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누니는 “이번엔 한국의 태권도를 배워보고 싶다”며 태권도 동아리의 문을 두드렸다.


PM 2:00 기독교를 만나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가진 EGPP 학생들도 이화인들의 공통분모인 ‘기독교와 세계(기세)’수업을 듣는다. 국제학부생들과 함께 영어로 수업을 받고 있지만 기독교를 접해 본 적이 없는 불교신자 누니에게 기세는 어렵기만 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너부리다 파스차(국제·1)씨는 무슬림이다. 그러나 너부리다씨는 “교수님께서 다양한 종교와 의견을 수용해 주신다”며 “이 강의를 통해 기독교에 대해 들을 수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PM 6:00 EGPP 숙녀들의 저녁식사

저녁시간이 되면 각자 일정을 마친 EGPP 학생들은 기숙사 식당으로 모인다. 문화와 지역이 다양한 만큼 식사 시간엔 진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필리핀에서 온 아퀴자 마리아 레지나 파놀(언홍영·1)씨는 생선 한 토막과 밥을 먹었다. 레지나씨는 “매운 것을 워낙 싫어해서 이렇게 먹는다”며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케냐에서 온 아델리드씨는 식판을 놓자마자 “소금 좀 주실래요?”라며 자신의 밥그릇에 톡톡 뿌렸다. 누니씨는 식사가 입에 안 맞아 저녁 대신 KFC 치킨을 사먹은 적도 있다고.

그들의 공통점은 매운 것을 거의 못 먹는다는 것이다. 깍두기·김치 등 한우리 기숙사에서 식사마다 빠지지 않는 반찬이 그들에게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음식이다. 식사가 입맛에 안 맞는 EGPP 학생들은 빵과 우유로 식사를 대신할 때도 있다. 그들에게 음식문화는 한국에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올가 킴(의직·1)씨는 고려인이다. 그래서 한국 음식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한국어에도 능통하다. 올가씨는 처음에 EGPP 친구들이 반찬을 거의 먹지 않아 이상했다며 ‘아니 저 맛있는 걸 왜 안 먹어!’라는 생각에 의아했다고 한다. 그날도 올가씨는 친구들이 먹지 않고 버리려는 ‘미역초무침’을 자신의 급식판으로 옮겨 맛있게 먹었다.


PM 7:00 뜨거운 학습 열기

그들은 식사가 끝나면 재빨리 기숙사로 올라간다. 낯선 나라에 와서 공부하는 만큼 EGPP 학생들의 학구열은 매우 높다. 누니도 예외는 아니다.

모국어인 라오스어와 베트남어·영어에 능통한 그이지만 곧 한국어도 잘하게 될 거라며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노트북에 한국어 교재 CD를 틀고 한국어 공부에 매진한다.


AM 1:00 이제 잠들어요

누니의 평균 취침시각은 새벽 1시. 그는 “나에게 한국어는 아직 많이 어렵다”며 “하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인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GPP 학생들은 캠퍼스 안에서 한국·이화·학업을 통해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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