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 후 학내에는 유난히 외국 학생들이 눈에 띈다. EGPP로 선발된 06학번 새내기들이다. 우연히 마주친 그들의 눈빛에는 낯선 나라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차 보인다. 큰 꿈을 품고 가족을 떠나 온 그들에게 이화 입성기와 포부를 물어봤다.

먼 나라 한국의 이화여대에서 진행하는 EGPP를 어떻게 알았을까.
말레이시아에서 온 카마루띤 눌리아나(국제·1)씨는 “2005년 oAsia 토론대회에서 이화여대 영어 토론 동아리 EDIS 팀과 대결한 적이 있다”며 “그날 만난 이화여대 교수님이 저에게 EGPP를 소개해 주셨죠”라고 회상했다.

또 필리핀에서 온 아퀴자 마리아 레지나 파놀(언홍영·1)씨의 경우는 한국 여자대학에 관심이 있어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 이화여대 EGPP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가 다닌 세인트 스코라스티카스 대학은 ‘여자 대학’이라는 이유만으로 필리핀에서 대학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그는 필리핀 여성 인권 상황이 아직 좋지 않아 한국의 여대에서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한편 샤이야숙 동사티엔(경영·1)씨는 한류열풍 덕분에 한국행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는“이미 라오스와 주변국 사이에서 한국은 유명하다”며 “겨울연가 뿐 아니라 풀하우스·이브의 모든 것 등 한국 드라마는 너무 재밌다”고 전했다.

EGPP 입학허가 후 이들에게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입국 때문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사건도 있다. 조세핀 와리기아(컴공·1)씨는 한국은 2월에 가기로 예정돼 있어 11월 말 입학 허가를 받은 후에도 여권신청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12월 말 본교에서 여권 사본을 보내달라는 메일이 왔다. 케냐는 여권 발급 처리가 늦어 보통 14일 정도가 걸리는데다 더욱이 12월 말에는 연휴로 여권 발급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세핀씨는 “출입국 관리소에 매일 찾아가 EGPP 장학생 때문에 여권 발급이 시급하다고 사정한 끝에 8일 만에 발급 받을수 있었다”고 당시의 긴박함을 설명했다.

EGPP 학생들은 입학 허가 후 입국 준비 등을 위해 학교와 메일을 주고 받았다. 조세핀씨는 매번 답장을 보냈으나 정작 본교에서 온 메일은‘조세핀 학생 왜 답장을 안보내나요’라는 내용이었다. 그는“그땐 정말 장학금을 못받게 되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온 학생들인 만큼 졸업 후의 꿈도 다양하다.
재즈댄스·전통 춤 등 다양한 끼가 돋보이는 와자삿 타차폰(언홍영·1)씨는 “언홍영 공부를 마친 후에 본국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국가에 공헌을 꿈꾸는 학생들도 있다. 레지나씨는 여성교육에 대한 큰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필리핀은 여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직접 여성 교육을 해 여권신장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냐 소녀 아델라이드 카만테(국제·1)씨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계획을 조정·통일하는 국제연합계발계획(UNDP)에서 일하며 케냐 경제 성장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케냐는 자본은 많은데 계획이나 산업구조가 허술해 경제발전이 더딘 점이 안타깝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적응하기 힘들텐데도 밝은 표정으로 자신들의 포부를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당찬 의지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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