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루스 오디션 보던 날

이화인들을 언제나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응원단 파이루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금빛 술을 흔드는 그들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새내기들이 있다. 이들이 ‘언젠가 나도 무대에서 멋진 응원을 펼쳐야지’라는 일념으로 16일(목) 신체육관 홀Ⅲ에 모였다. 바로 파이루스 오디션을 보러 온 것이다. 긴장감 넘치는 이 오디션 현장에 기자가 함께 했다.

“파이루스 활동을 끝까지 하면 인생에 한 획을 긋는 거래요. 꼭 붙고 싶은데 지금 너무 떨려요.” 일찍부터 와 있던 이시은(경영·1)씨의 목소리에선 긴장이 배어나왔다. 하나둘씩 모인 새내기들은 단원들이 나눠준 번호표를 달고 지원서를 작성하며 오디션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역대 파이루스 선배들과 현 단장단이 들어와 심사위원석에 일렬로 앉자 지원자들의 얼굴이 한층 상기된다. “활동이 힘들대서 많이 고민했는데, 시험도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일단 보러왔으니 열심히 해야죠”라고 또랑또랑하게 말한 한 학생은 ‘파이루스를 사자성어로 표현해 달라’는 지원서의 질문에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적었다.

오디션은 1·2차로 나눠서 이뤄졌다. 첫 번째는 응원 동작 따라하기. “어두운 바닷가 홀로 우는 새야∼” 노래 ‘바다새’에 맞춰 정단원들이 홀 가운데서 시범을 보였다. 초보자에겐 결코 쉽지 않은 응원 동작을 보는 지원자들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스친다. “연습하는 시간이니까 자유롭게 따라하세요”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동작을 익히려 하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동동 뛰어야하는데 발은 꼬이고, 팔을 쭈뼛쭈뼛 내밀라치면 벌써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 있다. 하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몇 차례 연습이 끝나고 본격적인 오디션이 시작됐다. 세 명씩 나와 지금까지 익힌 동작을 최대한 실전같이 따라하는 것이다. 성영주 전(前) 단장이 말했다. “활짝 웃으면서 하는게 제일 중요해요. 얼마나 잘 하는지보다 얼마나 열심히 하나, 그 열정을 볼 거예요.” 아등바등 동작 따라하랴, 긴장한 가운데 미소 지으랴, 지원자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장한나(체육·1)씨는 최선을 다했지만 잘 따라하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지금까지 하셨던 분 중에 다시 하고 싶은 사람 나오세요”라는 심사위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들 우르르 몰려나왔다. 1차 오디션은 그렇게 끝났다.

2차 오디션을 위해 참가자들은 지하에 있는 홀Ⅳ로 내려갔다. 이들은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세 명씩 올라가 면접을 보고 장기자랑을 펼치게 된다. 1차 때 잔뜩 얼어 있던 학생들은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삼삼오오 모여 못다 쓴 지원서를 이어 쓰기도 하고 자기소개를 되뇌기도 한다. 정단원들이 같이 내려와 지원자들에게 면접 볼 때 주의할 점들을 일러줬다. 창피해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한쪽에서는 장기자랑 준비가 한창이다.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놓고 곧 선보일 춤을 춰본다.

면접에 들어간 지원자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긴장한 탓일까. ‘언론홍보영상학부’를 ‘언론영상홍보학부’라고 거듭 잘못 말하기도 한다. 지원 동기나 앞으로의 각오 등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 선배들이 웃으니 떨림이 누그러졌는지 한결 여유롭게 질문에 응한다.

면접의 하이라이트, 장기자랑 시간. 스페인에서 2년쯤 살았다는 윤은(사생·1)씨는 이번 오디션을 위해 스페인 민속춤인 세비야나(sevillana)를 연습했다. 의상부터 범상치 않다. 까만색 긴 치마에 화려한 흰 블라우스를 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맸다. 빨간 구두를 신고 양 손에는 까만 캐스터네츠를 들었다. “스페인에서 배운 춤입니다. 원래는 남자랑 같이 추는건데 짧게 준비했어요. 잘 봐주세요.” 미리 녹음해 온 테이프를 틀자 전통음악이 나온다. 구두굽과 캐스터네츠로 딱딱 소리를 내며 도는 모습이 집시 ‘에스메랄다’ 같다. 그의 춤에서 파이루스에 입단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새터에서 본 파이루스의 응원에 반했다는 조아라(인문·1)씨는 같이 오디션을 보러온 친구와 함께 ‘KBS 개그콘서트’의 ‘도레미송’ 코너를 준비했다. 둘이서 입을 맞춰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발로 차! 발로 차!”라며 노래하니 심사위원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애써 웃음을 참으며 개그 섞인 노래를 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공강 때마다 틈틈이 만나서 연습한 결과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니 다들 각오가 대단하다. “열정 하나만 가지고 왔습니다. 파이루스에서 제 열정을 쏟고 싶습니다” “미흡했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중간에 그만둘 것 같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어요”

30여 분에 걸쳐 2차 면접을 마친 지원자들은 종종걸음으로 후다닥 홀에서 나왔다.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휴~’ 한숨을 내쉬는 사람, 친구와 호들갑스럽게 나오는 사람, 할 만큼 했다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나오는 사람 등등. “붙을 것 같아요?” 기자의 질문에 노은규(생활·1)씨는 “아휴, 잘 모르겠어요”라며 손사래 친다. 여전히 들뜬 표정으로 짐을 챙기던 그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만약에 붙으면요, 정말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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