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악” 대전 은행동 거리 한복판, 한 남학생의 비명소리가 퍼졌다. 그는 삶이 괴로워 술을 마시고 길거리를 방황하다 자살을 결심, 성산대교에 올랐다. 바로 그때, “너의 애기를 들어줄께. 내가 너를 항상 이해해 줄께”라며 귀와 눈·입술 모양의 모형 든 학생들이 그의 주위를 감싼다. 이에 그는 “친구들아 고마워. 너희들이 있었구나” 라며 환하게 웃는다. 대학생 생명지킴이 봉사단원들의 단막극이다.


이철우(대전시 중구·23)씨는“학생들이 용기있네, 연기도 잘하고 캠페인이 굉장히 독창적인데요”라며 박수를 보냈다. 단막극의 메세지는 주위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 인구수는 1만2천여 명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를 기록했다. 20대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 2004년 한해만도 1088명의 2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 본교 ‘살자!웃자!’ 프론티어팀과 한국 생명의 전화는 32명의 대학생 생명지킴이봉사단원들과 함께 2월25일(토)∼27일(월) 서울·대전·대구·부산 등 4개 도시에서 자살예방캠페인을 벌였다.


“자살예방캠페인? 너 자살 생각해 본 적 있어?” “응” “정말?” 친구의 대답에 여중생의 눈이 동그래졌다. 25일(토) 대전 은행동 으느정이 거리에서는 자살에 대한 사람들의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바로 ‘대학생 생명지킴이 봉사단’이 떴기 때문. 캠페인을 위한 1단계는 거리 바닥에 자살예방 포스터 붙이기. “10분안에 끝내자”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으느정이거리는 아스팔트 바닥을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포스터를 붙이는 대학생들로 가득 찼다. 무릎에 파란 멍이 들던 말던 포스터 붙이기에 여념이 없다. “뭔데뭔데” 하는 웅성거림, 드디어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행사장으로 모이자 학생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다른 한쪽에서는 ‘자살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관한 설문조사가 한창이다.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문항에 80% 이상의 사람들은 약간의 머뭇거림 후 O에 스티커를 붙였다.


내 목숨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다짐을 적는 생명사랑서약운동도 펼쳐졌다. 죽지 말고 열심히 살자라고 썼다는 박길순(대전시 동구·28)씨는 “평소 자살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실제 시도해 본 적도 있다”며 “하지만 대학생들의 이런 행사를 보니 다시 한번 살아야 겠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전했다. ‘힘들고 또 힘들어도 내가 그리고 ‘우리’가 힘이 되겠습니다’ ‘자살하지 마세요. 당신이 필요해요’등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사람들을 위한 응원의 메세지도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길가는 학생들과 사람들을 모아 즉석 자살예방교육을 시작했다. “여러분,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은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결심 사실을 알릴까요? 안알릴까요?” “알려요”라는 학생들의 말에 “그렇죠” 라며 박수를 치는 강남대 한유진(특교·2)씨. 가르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선생님이다.


대학생 20여 명은 자.살.예.방.버.스라는 각각의 글자 피켓을 들고 “여보세요. 잘지내니?”를 외치며 길거리 행진도 진행했다.


마지막 날 서울 명동에서는 ‘박’이 터졌다. ‘내일은 더 행복할 거예요’ 박 속의 플래카드는 자신의 소망을 적은 사람들의 색색의 종이비행기 속에서 팔랑거렸다. 을지로 역 중앙에 터를 잡은 봉사팀은 명동거리를 행진하며 자살방지를 알렸고 역 내부에서는 자살에 관한 OX 퀴즈로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경옥(천안시 봉명동·59)씨는 “OX 퀴즈나 연극 등으로 자살의 오해에 대해 알려주니까 너무 고마워”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캠페인에 참여한 학생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서울산업대 권익현(신소재공학과·2)씨는 “자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가 없어 답답했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 속이 시원하다”고 전했다. 아주대 정용수(전자공학부·3)씨도 교육을 받고 캠페인을 하면서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주변친구들과 동료 가족들에게 작은 관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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