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사람들의 굶어 죽는 모습에 남몰래 눈물 훔쳤던 한 소년이 있었다. 그들에게 쌀을 주고 싶었던 열 살배기 소년은 10년 후 2005 미스터&미스유니버시티(MMU)에서 미스터 유니버시티가 된 고려대 이성진(영문·2)씨다.


세계 미의 대전 MMU(www.mmui.org)는 외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인성·리더십·봉사활동 등을 함께 심사한다는 점에서 여느 미인 대회와 구별된다. 16개국 남녀 각각 2명씩 총 32명이 함께 지낸 10일간의 합숙생활은 어땠을까. 합숙생활은 참가자의 대인관계·리더십 등을 평가해 점수로 반영하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또 본대회에서는 영어 말하기·질의응답 등을 통해 ‘진정한’미인을 가렸다.


영어가 제일 걱정이었다는 그는 “태국에서 온 학생 한 명과 저를 제외하고 전부 영어를 잘하더라고요.”라며 오히려 바디랭귀지만 늘어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미스터 유니버시티가 된 것은 MMU대회가 추구하는 ‘미’의 기준이 완벽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많은 학생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전세계 대학생이 마음을 나누는 자리에서 언어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대회기간 동안 낯선 사람들과 친해져야 하는 것 또한 그에겐 어려운 과제였다. 처음 만나는 학생들, 더구나 얼굴색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너무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게 쉬울 리 없었다. 그러나 “처음엔 백인계 친구들에게 말거는 것조차 망설였지만 막상 지내보니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중요치 않더라구요”라며 나중에는 32명의 모든 친구들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고 자랑했다. 그는 10일간의 생활을 ‘지구촌 한 가족’이란 단어로 기억한다. 외국 학생들과 함께 지낸 시간 동안은 정말로 세계와 함께 호흡했던 것 같았다고.


미스터 유니버시티가 된 후 그는 미스 유니버시티로 뽑힌 러시아 여대생·각국 대학생들과 함께 캄보디아 지뢰피해 주민을 돕는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피해 주민들의 집짓기에 동참하는가 하면 망고나무 심기 등의 일도 도왔다. 특히 캄보디아 왕자를 만나 봉사활동 방문 취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쟁으로 상처 입은 캄보디아 주민들의 아픔을 알게 된 것은 인상적인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번 학기 말까지 ‘캠퍼스 평화대사’로서 한국을 대표해 활동하게 될 그는 앞으로 계획이 많다. 우선은 소속 대학인 고려대 안에 학내 학생들과 함께 하는 민통선 봉사동아리를 만들 예정이란다. 민통선은 남북접경지역으로 지뢰피해주민이 많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네팔·캄보디아 등과 같은 국제무대를 배경으로 한 봉사활동도 계획 중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농부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좀 바뀌었어요.”
그는 지금 유능한 CEO를 꿈꾼다. 농부는 쌀을 줄 수 있지만 힘 있는 CEO가 되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농부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뿐 아니라 다른 경험도 많이 해보고 싶다는 그는 대학 시절 동안 무엇을 하고싶냐는 질문에 사업에 대한 욕심도 내보인다. “얼마 전에 캄보디아에 봉사활동가서 생각한 건데, 거기에는 자판기가 없더라구요. 거기서 자판기 사업하면 잘 될 것 같지 않아요?” 잠을 못자도 좋으니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싶다는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 20살 열혈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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