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를 하는 의대생. 짧은 커트머리에 떡 벌어진 어깨가 먼저 생각나지만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는 긴 생머리에 수줍은 미소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전국 의사·의대생 검도 대회’에서 여자부 개인전 준우승을 차지한 윤수정(의학·2)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의대 검도부 ‘화검랑(이화에서 검도를 하는 사람들)’은 2005년 윤수정씨가 처음 만들었다. 운동부가 없는 의대에서 검도부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장소도 없고 운동이 격렬하다며 반대하신 교수님도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담당교수를 찾아가 검도에 대해 설명하며 지도교수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윤씨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검도부 지도를 맡았던 교수님은 이제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윤수정씨는 “준우승 트로피를 들고 인사를 드렸는데 이젠 교수님들께서 더 좋아하세요”라며 기뻐했다.

윤씨는 벅찬 의학 공부 중에도 검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대 대강당에서 연습을 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무대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연습을 못하게 했다. 이에 인근 검도장을 빌려 더욱 적극적으로 훈련에 나섰다. 자신이 다니던 검도학원 선배를 초빙해 검도 부원들과 함께 지도를 받고, 검도학원으로 부원들을 데려가기도 했다.

이렇게 그를 검도에 빠지게 한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검도는 이변이 속출하는 운동”이라고 대답했다. 검도는 ‘내가 경지에 올랐구나’싶어도 자기보다 낮은 단수에게 패배하기도 한다고. 때문에 검도는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윤씨는 한때 ‘고단자가 초보자에게도 질 수 있는 운동을 왜 하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데도 검도장에 자꾸 가고 싶어졌다”며 “이번 경기 후에도 바로 도장에 가서 더 수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대련 후 자신이 수련해야 할 부분을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인상 깊은 검도용어로 ‘존심’을 꼽았다. 그는 “검도에서는 검을 머리로 내리치는 공격 뿐 아니라 공격 후에 항상 방심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존심’을 마음에 담아두었기 때문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말투가 다정했지만 태도는 흔들림이 없었다.

의사가 된 후에도 검도를 계속하고 싶다는 그에게 의사와 검도인의 공통점을 묻자 “둘 다 칼을 잡죠”라며 웃는다. ‘칼’을 논하는 그의 모습속에 검도와 의학을 향한 패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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