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주(무용 전공 석사과정) 무대감독과 함께 본 창작공연 ‘One Relationship’공연 리뷰

▲ 유현지(무용.3)씨가 1막 <원>에 등장하는 안무의 동작을 취하고 있다. [이유영 기자]
세상 모든 사람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 가족, 친구 그리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타인과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때론 울고 때론 웃는다.

창작공연 ‘One Relationship’은 실타래같이 얽힌 우리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한 ‘몸짓’으로 풀어냈다. 24일(금) 홍대 앞 롤링홀에서 열린 공연은 본교 강설희(무용·3), 정이선(무용·3), 유현지(무용·3), 차미진(무용·3)씨가 이화 프론티어 장학금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이 젊은 무용가들은 ‘관계’라는 추상적인 틀 안에서, 손수 안무를 짠 4개의 이야기를 이어 한 작품으로 완성했다. 기자는 무대감독 한혜주(무용 전공 석사과정)씨와 최종 리허설을 함께 관람하며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정이선씨의 <원>. 스크린 위에 찍힌 작은 점이 원 모양으로 크게 퍼졌다. ‘아베마리아’가 흘러나오자 무대 위에서 웅크리고 있던 무용수도 기지개를 펴듯 몸을 뒤튼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미숙한 생명체같다. “모든 것은 점에서 시작해 선으로 성장해요. 그 선의 끝과 끝이 만나면 원이 되는 거고요. 우리들의 관계도 그와 같죠. 자칫 어긋나게 되면 둥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기가 어려워요” 한혜주씨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무용수들이 하나 둘씩 엎어지더니 인간무덤을 만들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탄생과 죽음은 곧 원이 상징하는 인생의 순환을 나타낸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막과 막 사이는 끊이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2막에서 한 무용수는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을 소개했고, 그들은 무대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뽐냈다.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도발적이고 섹시한 아이 등 각자의 내면을 그대로 꺼내 움직임으로 연출한거죠.”

이 공연의 백미는 무용수들이 일상복을 입고 연기한 3막이다. 가짜 맹인의 구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승객들 등 지하철 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예술로 승화됐다. 특히 무용수들이 나란히 앉아 옆 사람의 발을 귀에 대고 제각기 시끄럽게 통화하는 장면에선 안무가의 재치가 톡톡 튀었다. 음악도 이채롭다. 빠른 박자로 흩날리는 바이올린 선율을 잘 들어보니 다름 아닌 비발디의 ‘사계’. 클래식과 현대무용이 맞물리니 고전적인 음색도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관객석이 좀 특이하죠? 관객과 무대 간의 경계를 없애고, 함께 숨 쉴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한혜주씨의 말대로 무용수들은 공연 도중 관객석으로 내려와 의자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작품의 주제인 ‘관계’는 무용수와 관객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맺어졌다. 관객은 관람자인 동시에 출연자의 일부가 되면서 무용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셈. 공연은 난해한 듯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낸다. 화려하진 않아도 깔끔한 의상, 전자음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음악,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의 색은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특별한 세트 설치 없이 간결했던 무대는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꽉 찼다. 그들이 역동적으로 뛰어오르며 손끝으로 허공을 탁 칠 때마다 몸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사회 안의 관계는 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잖아요. 그 안에서 상처받고 고통받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하네요”라는 한혜주씨의 설명처럼 마지막 막인 강설희씨의 <관개(犬)>는 다소 어두운 느낌이었다. 심각한 표정을 한 무용수들은 기다란 끈의 양 끝을 잡은 채 서로 밀고 당겼다. 둥 둥 둥. 심장을 울리는 듯한 북소리와 함께 모든 배우들은 무대 아래로 뛰어내려오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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