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국제 베를린무용올림픽 동상 수상한 김하예린(무용·2)씨

▲ 연습을 위해 체대 홀을 찾은 김하예린(무용.2)씨 [김하영 기자]
저 멀리 독일 베를린에서 한 한국 소녀의 춤을 보고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국인 최초로 2006년 국제 베를린무용올림픽 level 4(만 19세∼만 21세)에서 입상해 이화의 이름을 드높인 김하예린(무용·2)씨. 클래식 발레 솔로 부문에서 은상 없는 동상을 수상한 그를 만나보았다.

한국에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김하예린씨는 그날도 체대 홀에서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그는 “정말 상을 받을 줄 몰랐어요. 모두 기도와 운 덕분이죠”라며 수줍게 말을 꺼냈다.

그는 이번 콩쿨에서 작품 ‘지젤’의 주인공 역과 ‘돈키호테’의 키트리 역을 맡았다. 지젤은 순박하고 청순한 시골처녀지만 키트리는 정열적이고 요염한 매력을 가진 여자다. “원래 이틀에 걸쳐 계획된 공연이었는데, 갑자기 같은 날에 공연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정반대의 캐릭터로 변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른 의상 갈아입고 장식도 붙여야 하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정말 더 떨렸죠”

수많은 관객들이 자신을 기다리는 무대 밖으로 나설 때의 기분은 어떨까. “무대에 서기 전엔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죠.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해도 전혀 들리지가 않아요” 김하예린씨는 호흡을 한 번 깊게 가다듬고, ‘그래, 난 이제 지젤이 되는거야’라고 다짐하며 무대에 올랐다.

드디어 커튼은 걷히고, 김하예린씨는 베를린의 무대에서 완벽한 지젤 그 자체가 되었다. 관객들은 김하예린씨 아니, 지젤을 보고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역할에 완전히 몰입했죠.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라며 그는 공연 당시를 회상했다. 게다가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아 턴(turn)도 깨끗하게 돌고 실수도 거의 없었다고.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을 심사위원들. 평소 김하예린씨가 좋아했던 세계의 유명 무용수들이다. “비디오에서만 보던 바실리예프씨와 막시모바씨가 어딘가에 앉아 저를 보고있을 거라 생각하니 더 기쁘고 떨렸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엔 설렘이 가득했다.

동양인이 서양의 춤인 발레로 서양인들과 겨룬다는 것. 이번 콩쿨은 쉽지 않은 경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무용 기초를 닦아온 러시아인들은 체격적 조건이나 발레 기술도 완벽해 보였어요” 이런 태생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김하예린씨는 25개국에서 날아 온 세계인들을 제치고 동상을 거머쥐었다. 국제 콩쿨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더욱 놀랍다.

수상 했다는 소식을 듣자 김하예린씨는 한국에 계신 신은경, 조기숙 교수님께 연락를 드렸다. “선생님들께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신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저를 마음으로 지도해주신 분들이거든요”라며 그는 밝게 웃었다.

큰 상을 받았지만 김하예린씨는 인터뷰 내내 겸손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안무가이자 무용수도 되고 싶지만, 좋은 성품을 지닌 지도자를 꿈꾸고 있어요”라는 그의 마지막 대답에서 발레를 사랑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