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에 선율이 울릴 때

90여 명의 음악 군단이 뿜어내는 클래식 선율이 홀 전체를 뒤덮는다. 기온이 뚝 떨어진 초겨울 밤을 바이올린·플룻 등의 관현악기 소리가 따뜻하게 적신다.

기악학부 오케스트라의 ‘교향악 정기연주회’가 15일(화) 오후7시 음대 김영의홀에서 열렸다. 이택주 교수(관현악 전공)의 지휘 아래 열린 오케스트라의 열정적인 연주 공연은 관중들의 열렬한 박수 갈채 속에서 진행됐다.

솔리스트 한민아(관현·4)씨가 연주하는 더블 베이스의 웅장한 독주와 갖가지 관·현·타악기의 협주로 연주회의 막은 올랐다. 이들이 연주한 첫 곡은 이탈리아 영화음악가로도 잘 알려진 리노 로타의 ‘더블 베이스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현악기 중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가진 더블 베이스의 굵은 음색은 청중들의 가슴에 묵직하게 파고 들었다. 협주 중에 울리는 플룻 소리는 마치 숲 속의 새소리를 연상시켰다.

더블 베이스는 보통 솔로로 연주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이번 연주는 특히 주목을 받았다. 한민아씨는 “졸업 전 마지막 연주회라서 시원섭섭하다”며 “더블 베이스가 두드러지는 악기는 아니기에 오늘 연주를 통해 사람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두 번째 무대에서는 솔리스트 김태영(관현·4)씨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전원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장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했다. 조용한 가운데 흘러나오는 바이올린의 음색은 가늘지만 깊었다. 아래 깔리는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물 흐르는 듯했다. 시적 정서가 넘쳐나는 이 곡은 점차 다른 악기들의 연주와 합해져 웅장하고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냈다. “워낙에 긴 곡이라 같이 고생한 다른 단원들에게 고맙다”는 김태영씨의 현란한 손놀림에 관중들은 깊이 빠져들었다.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바로 오케스트라의 합주. 빠르고 힘 있는 안토닌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8번’ 연주에서 단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힘껏 발휘했다. 무대를 쿵쿵 울리는 팀파니와 트럼펫·호른은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켰다. 바이올린 약 30대의 오르내리는 음률은 곡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모든 악기들이 파도처럼 몰아치던 연주를 끝내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자 곧이어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공연을 관람한 정은영(관현·1)씨는 “바이올린 독주의 경우 전 악장을 다 연주해 길었는데도 불구하고 곡을 매끄럽게 소화해 놀라웠다”며 “마지막 교향곡의 그 화려함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기악학부 3·4학년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교향악 정기 연주회’는 매 학기 열려 이화인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