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더이상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위해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다.

매일 아침 또는 낮, 테이크아웃 커피점 2·3층 곳곳에는 커피를 앞에 두고 독서삼매경에 빠진 이화인들을 볼 수 있다. 3층에서 문제집을 풀고 있던 이가은(사회생활·3)씨는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 오히려 공부가 되지 않는다”며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수업을 마친 후 이곳에 공부하기 위해 온다”고 말했다. 할리스 커피 이대점의 권윤아 점장은 “하루에 30∼40명 정도의 학생들이 앉아서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가져와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학내 공간 ‘이화사랑’에서도 공부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에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이보다 공강시간을 이용해 숙제를 하거나, 조별 과제를 하는 학생이 더 많다. 박세영(경영·3)씨는 “‘이화사랑’은 커피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장소”라며 “도서관과 달리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학습 시설을 갖춘 카페도 늘고 있다. 민들레 영토 신촌 신관에는 세미나실과 간이 도서관이 갖춰져 학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다. 또 스타벅스 이대점 3층에는 책을 펴놓고 공부할 수 있는 독서대를 마련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카페를 찾아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도서관과 대비되는 카페 특유의 부드러운 분위기 때문이다. 커피빈 이대점의 석혜원 점장은 “재즈 위주의 음악을 틀어 조용한 편이고 밝은 조명을 사용해 책을 보기에도 적합하다”며 “공부하기에 손색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소와는 달리 혼자 공부하기에 편안한 구조도 학생들이 카페를 찾는 이유다. 카페의 특성상 1∼2명이 앉을 수 있는 단독테이블이 많아 혼자 공부하기에 편하다는 것.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즐겨 한다는 김아련(행정·2)씨는 “카페에 앉아 홀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혼자 공부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은 여대인 우리 학교 앞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남녀 공학 대학 앞에서는 이를 찾아 보기 힘들다. 고려대 심현석(경제·2)씨는 “학교 앞 카페에서 혼자 공부하는 남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허숙인(정보통신·1)씨도 “학생들 사이에선 남자 혼자 카페에서 공부하면 청승 떤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감성마케팅」의 저자 김영한씨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감성적 측면이 강해 조명·음악 등 오감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카페라는 공간이 서구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러한 문화가 서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서구보다 우리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김영한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같이 먹고 마시는 문화를 즐긴다”며 “특히 젊은이들은 고요한 도서관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학습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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