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역에서 정문으로 오는 길. 많은 이화인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걸음을 재촉한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혼자 오는 길이 외롭지 않다. 그들의 MP3 플레이어에 담겨 등교길의 벗이 돼주는 그 음악은 무엇일까.

이대학보사 문화부는 이화인의 음악 소비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10월5일(수)∼8일(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은 13개 단대에서 약 3%의 학생을 추출, 총 5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우리 학교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가요(55.5%)를 가장 많이 즐겨 듣고 있었다. ‘영미 팝(26.4%)’과 ‘클래식(8.8%)’이 그 뒤를 이었으며, 마니아적 성향을 띤 ‘일본 음악’과 ‘제 3세계 음악’은 각각 4.4%와 1.0%에 그쳤다.

가요를 택한 학생 가운데 과반수는 ‘발라드(69.2%)’ 장르를 선호한다고 답해 이화인들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댄스(13.4%)’·‘랩·힙합(11.3%)’에 대한 선호도와 비교해 볼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대학생들은 주류인 댄스음악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며 “이로 인해 댄스와 대항적인 위치에 있지만 지나치게 생경하지는 않은 발라드 장르를 많이 선택해 듣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여대생들은 대체로 락이나 댄스음악보다는 사색적인 분위기의 발라드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체 순위와는 다르게 음대 학생들 중 46.7%는 ‘클래식’ 음악을 가장 즐겨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를 오고 가는 길 지하철과 버스에서 노래를 듣는 이화인을 쉽게 볼 수 있듯이, 등하교 및 장소 이동 중에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학생이 65.0%로 가장 많았다. 한아름(특교·1)씨는 “따로 시간을 내서 음악 듣기가 힘들기 때문에 오고 가며 심심할 때 노래를 듣고는 한다”고 전했다. 그 외 이화인들은 공부 등의 작업을 할 때(19.3%)나 자기 전에(9.0%) 주로 음악을 듣는다고 응답했다. 기타 답변 중에서는 ‘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듣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음반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50만 장 이상 판매된 음반이 2002년에는 5장, 2003년에는 1장이며 2004년에는 하나도 없었다. 이 같은 음반 판매량 감소 현상은 이화인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음악 컨텐츠 구입에 있어서 음악 CD를 전혀 구입하지 않는다는 학생이 전체의 58.4%에 달했다. 한 달에 ‘1∼2장’ 구입한다고 답한 학생은 37.5%였고, ‘3∼4장’은 2.7%·‘5장 이상’은 1.2%에 불과했다. 반면 인터넷에서 음악을 내려 받는 학생들은 70%가 넘었다. 실시간 재생 서비스 및 MP3 파일 불법 다운로드(36.8%)와 유료 MP3 파일 다운로드(33.4%)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이에 속한다. 이는 학생들의 음악 청취 수단이 CD에서 인터넷 음악 파일로 명백히 변화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CD를 구매하는 학생들 중 49.8%는 해당 가수나 음악인을 보고 음반 구입을 결정한다고 응답했다. ‘앨범에 수록된 곡이 좋아서(31.5%)’·‘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이라서(15.6%)’라는 이유가 그 뒤를 이었다. 학생문화관 지하1층 음반가게 ‘이화음악사’를 운영하는 김보현씨는 “학생들 중 60∼70% 정도가 가요 음반을 찾는다”며 “대부분 클래지콰이·SG워너비 등 음악성이 뛰어난 가수들의 음반을 선호하며, 댄스음악에 관련된 음반 매출량은 적은 편이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 시절에 각각 좋아하는 가수가 달라지는 경향은 이화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조사 결과 좋아하는 음악인이 중·고등학교 때와 달라졌다는 학생은 43.5%였으며, 변함이 없다는 학생은 56.5%로 이보다 약간 높았다.

변화가 있다는 학생들 중 무려 78.0%가 이전에는‘10대 아이돌 가수’를 좋아했다고 답했다.
변화 이후 현재 좋아하는 음악인은 ‘20∼30대 싱어송라이터(58.4%)’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외국가수(19.4%)’·‘성악가 및 연주자(8.5%)’ 등이 학생들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또 좋아하는 음악 장르도 변화를 보였다. 42%의 학생들이 예전과 비교해 즐겨 듣는 음악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그 중 대부분은 과거에 가요(58.2%)만을 주로 들었으나, 이후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취향이 바뀌었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로 대다수의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 전에 몰랐던 새로운 음악 장르를 접한 후 취향이 변해서(41.4%)’를 선택했다. ‘예전에 좋아하던 가수에 대한 열정이 시들해져서(16.5%)’ 음악 성향이 바뀌었다는 답변도 뒤따랐다. 양윤정(화학·4)씨는 “고등학생 때는 대부분의 음악 정보를 TV 또는 또래 친구들에게서 얻었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접하는 매체와 사람이 다양해져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폭이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전했다.

변화가 없다는 학생들 중에서는 53.9%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20∼30대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화인들은 휘성·박효신·빅마마 등을 좋아하는 음악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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