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모여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만들어 팔고 싶어요”.  우리 학교 이지윤(복디·4)씨는 같은 과 친구 5명과 함께 ‘하이즘(HIZM)’이란 의류 브랜드 창설을 준비 중이다. 학생 사장이라는 사실에 대해 일부 어른들이 편견을 갖기도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꿋꿋하게 일하고 있다.

최근 이지윤씨처럼 학업과 창업을 겸하며 이중생활을 하는 대학생 ‘캠퍼스 더블라이프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www.auction.co.kr)이 주최하는 창업교육에 참가하는 20대의 비율은 2003년에 20%(575명)이었던데 비해 올해는 30%(7500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캠퍼스 더블라이프족’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e­창업을 한다. 직접 쇼핑몰 홈페이지를 제작하거나 다음(www.daum.net)의 ‘카페스토어’ 프로그램, 옥션과 같이 물건을 팔 수 있는 사이트 등을 이용한다. 대학생들이 e­창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온라인상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인터넷 문화에 민감해 오프라인보다 쉽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무실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비용 등 창업자금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적은 돈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사업을 꾸려야 하는 이들의 일상은 항상 바쁘다. 대형 프랜차이즈 식품업체에 배추·상추 등을 납품·유통하는 주식회사 지리산친환경농산물유통 대표이사인 우리 학교 김가영(사과·1)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고객들에게 보낼 문서를 작성할 정도로 매우 바쁜 모습이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사업과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고 회사 내부업무를 처리한다는 김가영씨는 “공강시간엔 노트북으로 회사일을 하고 주말에는 상품의 품질관리를 위해 지리산 근교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 신분을 사업에 적극 이용한다. 노하우를 전수할 사람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사이트인 ‘지식·기술·비법 거래소(www.knowhowman.com)’를 운영하는 우리 학교 신지니(기독·4)씨는 “‘대학생 사장’이기 때문에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이 잘 기억해 준다”며 “젊은이 특유의 생동적·진취적·적극적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더블라이프족 조은빛(국제.1)씨 [사진:주은진 기자]
또 이들의 학과 수업은 사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국제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우리학교 조은빛씨는 국내 미유통 미국 브랜드를 대신 구매하는 인터넷 사이트(cafe.daum.net/fashionpolice)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고객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대신 해결하기 위해 해외 기업에 직접 메일·전화로 연락을 취해야 할 경우가 있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지식이 도움된다”고 전했다. 서울여대 허예지(의류·2)씨는 인터넷 사이트 www.fifthflat.com를 통해 직접 제작한 옷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패션 트렌드를 조사하는 과제가 쇼핑몰 운영에 도움이 됐다”며 “수업시간에 배운 이론을 사업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캠퍼스 더블라이프족’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편이다. 국갇사회적으로는 젊은 경영자를 키워내기 위해 대학생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각 대학에서는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국가에서는 학생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청년실업이 큰 문제가 되는 현 시점에서 ‘캠퍼스 라이프족’이 만들어내는 기업과 사업체는 젊은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지니씨는 무작정 사업을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취업 실패의 도피처로 삼지 말고 프로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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