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손연수 교수(화학 전공)

­-요즘 대학의 모습을 평가한다면

현재 과학 분야는 상아탑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연구를 두고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낫다”고 말한 바 있다. 개별적인 연구가 가능한 인문학과 달리 과학의 경우는 상호간의 협력이 학문 발전에 있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개인이 소지하기 어려운 첨단 장비들을 가지고 각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공동작업을 진행하는 대학의 과학분야 현장은 그야말로 생기가 넘친다. 물론 공공 연구소에서도 이같은 작업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곳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학 현장은 그 어느 곳보다 획기적인 창의력을 샘솟케 한다.

▲ 우리 학교 손연수 교수(화학 전공)
-­과거 대학시절과 현재 대학생들을 비교한다면

1960년대 대학은 ‘순수’했고 대학생들은 ‘순진’했다. 학생들은 자연 탐구에 목적을 두고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포부를 지녔었다. 유교의 선비사상을 동경했던 모양이다. 60년대 대학을 다닌 내 친구들은 지금도 여전히 학문을 순수하게 생각한다. 학문을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라 인생의 보람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용학문에 치중하는 현 대학의 모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요즘 학생들은 많이 걱정스럽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고 학문에 임하고 있는가. 가슴 속이 비어있는 것은 아닌지, 물질적인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정신세계가 꼿꼿히 구축됐을 때 진정한 자신만의 학문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생에게 학문이란

너무도 막연한 질문이지만 대학생들에게 학문이란 자기발견이라 정의하고 싶다. 대학시절의 학문은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대학은 김칟치즈를 비롯한 각종 반찬이 놓여있는 밥상과 같다. 즉 다양한 학문을 맛보고 쓴맛(좌절)을 경험하며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적성을 인지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전문적인 능력은 그 이후에 개발해도 늦지 않는다.

전공 공부에 있어서도 단순히 지식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학문에 임하기에 앞서 충분한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의 학문 분야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 즐겁게 공부해야 창의력을 극대화 하고, 능력을 최대화 할 수 있다.

-­과학분야에서의 학문의 변화는

과학기술분야에서 학문이란 자연에 숨겨져 있는 미지세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자연현상은 크게 우주와 같은 거시적 세계와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적 세계로 나뉜다.

시대의 흐름은 자연현상에 접근하는 방식마저 변화시켰다. 과거의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을 진단하고 원리를 찾아내는데 주력했다. 요즘은 어떠한가. 인류에 미칠 수 있는 공헌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화학식을 밝혀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생활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물론 경제원리가 적용된 이같은 학문의 변화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시대변화에 따른 자연과학의 새로운 시도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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