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바둑 최수민 회장

‘난가(爛柯)’라는 말이 있다. 신선들이 바둑을 구경하느라 몇 백 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는 중국 진(晋)나라 사람 왕질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바둑의 옛 명칭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의 유래이기도 한데 이는 그만큼 바둑에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바둑 때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사람이 많이 있다. 대체 바둑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걸까.

바둑의 사전적 의미는 ‘두 사람이 흑과 백을 정해 바둑판 위의 점들에 교대로 돌을 놓고 집을 얼마나 많이 차지하는가를 겨루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바둑에 대한 정의가 부족하다. 기초적인 것만 알아도 바둑을 둘 줄 안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바둑의 모든 것을 안다고는 자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바둑이란 심오하다.

흔히 바둑을 ‘정적인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바둑만큼 역동적이고 치열한 것이 없다. 또 바둑판은 치열한 싸움터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 다듬어진 공정한 규칙과 예의가 축적돼 있어 깨끗한 승부를 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바둑은 몇 천 년 동안이나 사랑을 받아 왔고, 현대 사람들에게 역시 호감을 주고 있다. 때로 우리는 바둑을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흑백의 싸움에서 발생하는 바둑돌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 삶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유용한 처세술과 그에 관한 격언이 실제 삶에도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이 그러한 특징을 잘 드러낸다.

집중력이 좋아진다거나 두뇌개발로 학습발달에 도움을 준다거나 하는 수단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바둑은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인 게임이다. 이런 점이 수 천 년 동안 역사의 흐름을 따라 끊임없이 사랑받는 바둑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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