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파티부터 영화보는 개강파티까지 이색 파티 곳곳에서 열려

흐르는 음악에 맞춰 몸을 맡기거나 처음 보는 사람과 눈인사를 나누며 가벼운 술 한 잔을 즐긴 적이 있는가.

젊은 세대의 감성과 맞아떨어진 파티 문화가 확산되는 사회 분위기 가운데 우리 학교 안에서도 특별한 파티가 열리고 있다. ‘부어라 마셔라’ 식의 술 문화가 약한 대신 그 자리를 색다른 파티 문화가 메꾸는 것이다. 다른 학교와는 사뭇 다른 이화만의 파티 문화. 이화 곳곳의 흥겨운 파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이화에 상륙한 할로윈파티
10월28일(금) 저녁, 학교 근처 술집 ‘Cass City' 안에는 요상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독특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한 켠에서는 만화 캐릭터로 분장한 사람들이 춤을 추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는 교환학생 문화교류 봉사동아리 PEACE Buddy(피스버디)에서 주최한 할로윈파티 현장이다. 많은 외국인 교환학생과 이화인 그리고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피스버디 남미현 회장은 “교환학생과 이화인들이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친해질 수 있도록 작년에 이어 이런 파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날 파티에서는 다양한 의상과 분장을 볼 수 있었다. 마녀 모자는 기본이다. 천사 날개를 단 여학생, 한복 치마에 두건을 쓴 남자 외국인, 강도로 변장해 까만 니트모자로 얼굴 전체를 덮은 사람 등 수십가지 의상 컨셉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파티 도중 팔씨름 대회·재밌게 분장한 사람 뽑기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일본 교환학생 마쯔오 에리카(24)씨는 짧은 치마에 민소매 티를 입고 금발 가발을 써 ‘미스 코스튬’으로 뽑혔다. 그는 “일본에서 응원단 활동을 했던 것이 떠올라 치어리더처럼 꾸며 보았다”며 “예상치 못하게 상을 타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할로윈파티를 매년 여는 단체는 피스버디 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저녁 복식디자인과(복디과) 학생회는 신촌 ‘Hes’·영자신문사 Ewha Voice(이화보이스)는 ‘땡땡땡’ 술집에서 할로윈파티를 열었다. 특히 복디과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자신이 직접 제작한 옷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미국 문화인 할로윈파티가 학내에서 많이 이뤄지는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에 그들은 모두 “외국 문화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의상’이라는 할로윈의 모티브를 활용했다”고 답했다. 복디과 최신영 회장은 “외국문화라 해도 주최 단위의 특성에 맞춰 어떤 식으로 즐기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학창 시절로의 역이탈, 교복파티
3일(목) 저녁에는 이화의 또다른 파티가 벌어졌다. 홍대 거리는 화장을 하고 클럽 입장을 기다리는 ‘발칙한 여고생’들로 북적거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 쳐다봐도 이들은 움찔하는 기색조차 없다. 주민등록증의 잉크가 바짝 마른 엄연한 여대생이기 때문이다.

매년 11월 초 이화이언이 여는 교복파티가 올해로 4회를 맞았다. 교복을 입고 당당히 음주가무를 즐기는 교복파티는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판매 둘째 날 오전에 850여 장의 티켓이 모두 팔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굴렀을 정도.

이날 이화인들은 숨겨둔 끼를 마음껏 뽐냈다. 춤을 잘 추고 못 추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현란한 조명과 강한 비트 음악 속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흔들며 어깨를 들썩였다. 젝스키스의 ‘폼생폼사’·유승준의 ‘열정’ 등 오랜만에 듣는 가요를 목청껏 따라 부르며 마음만은 학창시절의 그때로 돌아갔다.

1부에 이뤄진 파이루스의 응원은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렸다. 응원동작을 따라하고 파도타기를 하는 이화인들의 표정이 그저 신났다. “여기는 어디?”라는 질문에 “이대!”를 크게 외치며 그들은 하나가 됐다.

이렇게 교복파티는 평소 단합의 기회가 부족해 아쉬운 이화인들의 마음을 충족시킨다. 또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춤을 추며 즐기는 분위기는 1천여명의 이화인들을 교복파티로 불러모으는 이유다. 박지윤(영문·4)씨는 “남녀 공학은 주로 체육대회 등을 통해 뭉치지만, 여자들이 단합하기에는 이런 파티가 더 적합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흥겨운 모습을 어색하게 바라보던 성균관대 성민섭(화학·3)씨는 “파티를 통해 단결되는 이대의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녀들은 다 안다’는 선전 문구처럼 교복파티는 이제 이화의 유명한 파티로 자리 잡았다. 이화이언 강유선 기획마케팅 팀장은 “이화인들이 교복을 통해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는 동시에, 모두 하나가 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파티를 기획했다”며 취지를 밝혔다.

◆‘별거 있는’ 개강파티
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개강파티 또한 빠뜨릴 수 없는 교내 파티 중 하나. “과 스케줄을 소개한 후 밥 먹고 술 마시고. 개강파티에 뭐 별거 있나요”라는 연세대 유체현(법학·2)씨의 말처럼 보통 개강파티는 술자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는 특별한 개강파티를 진행하는 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경제학과는 9월 초 이화-포스코관 B161호 강의실에서 열었던 개강파티 중 색다른 순서를 가졌다.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한 스피드게임과 영화 상영이 바로 그것이다. 팀을 나눠 학생들은 경제·이화·연예인·음식 주제의 단어를 설명하고 교수는 답을 맞추며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했다.

경영학과 학생회도 3월 초 한 술집에서 1학기 개강파티를 열면서 멋진 이벤트를 마련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한쪽 구석으로 밀어놓고 댄스파티를 벌인 것이 바로 그것. 열정적인 음악과 반짝이는 사이키 조명은 처음엔 어색해하던 학생들을 이내 훌륭한 댄서로 만들었다. 개강파티에 참석했던 손동영(경영·2)씨는 “술자리에서는 가까이 앉은 사람하고만 어울리는데 반해, 다같이 춤추며 교류할 수 있는 개강파티였다”고 전했다. 경영학과 임장현 회장은 “술자리는 학생들끼리도 자연스레 즐겨 가질 수 있다”며 “교수님과의 만남이나 댄스파티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은 더 많은 학생들을 개강파티에 참여하도록 이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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