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뿌리기부터 월동준비까지 온실의 계절별 맞춤 관리

‘화초 키우기는 아이 키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꽃·나무를 키우는 일은 정성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씨를 뿌리는 것부터 나무에 월동옷을 입혀 겨울을 나는 것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교내 길 옆의 숲과 길들은 수백 종의 나무와 꽃이 있는 이화의 거대 정원이다. 이화의 거대 정원, 누가 어떻게 돌보고 있을까.


이화 정원을 돌보는 사람들은 이화의 깊숙한 곳, 온실에 있다. 기숙사에서 북아현문 방향으로 올라가 보자. 한참 올라가다 이 길이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 때쯤 북아현문 왼쪽에 위치한 비밀의 정원, 온실이 보인다.


이곳에서 시설과 강일구씨를 비롯 열명이 채 안되는 직원들이 학내 전체 나무와 꽃을 관리하고 있다.
30년간 이 일을 해왔다는 강일구씨의 빈틈없는 계절일과표를 한번 들여다보자.


화창한 봄, 보라빛 펜지가 학내 화단으로 옮겨지는 작업이 한창이다. 봄에 맞춰 보라빛 잎을 활짝 편 펜지에는 작업팀의 숨은 공이 녹아있다. 꽃 피우는 시기를 봄에 맞추기 위해 온실에서는 9월에 미리 펜지 씨를 뿌린다. 얼마 후 새싹이 나면 그것을 하나하나 새로 옮겨 심는다. 옮기는 작업은 온실에서만 3차례. 옮기는 새싹은 1만여 개에 달한다. 한 송이 펜지를 피우기 위해 작업팀은 가을부터 1만여 개의 펜지를 4차례 옮겨심는 것이다.


푸르른 여름, 나무와 꽃이 자신의 빛깔을 자랑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관리하기는 가장 고생스런 시기다. 강일구씨는 “여름에는 태풍으로 비가 갑자기 많이 오거나 가뭄이 심한 날이 많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따뜻한 햇볕이 많은 날들은 병충해가 많아 여름 내내 일이 많다”고 말했다. 6월 태풍으로 나무가 쓰러져 발생할 피해를 대비, 나무들의 죽은 가지를 쳐주는 것도 필수다.


돌이 많은 우리 학교는 다른 지역보다 가뭄이 심해 여름 내내 물주기에 매달린다. 4동의 온실에 물을 주는 데만도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또 햇빛과 물이 풍부한 여름 날씨 덕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잔디와 풀을 깍는 일도 해야 한다. 여름철 극성인 병충해 예방을 위해 주기적으로 소독약을 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일주일 전 소나무 암으로 일컫는 병충해 재선충이 강릉까지 올라왔다는 뉴스에 작업팀은 걱정이 앞선다.


가을에는 다 자란 나무들의 잎사귀 다듬는 작업이 진행된다. 드라마를 보면 대저택 정원에서 정원사가 이리저리 가위질로 모양을 만드는 나무들이 있다. 이것들이 주로 회양목이다. 보통 학내 회양목들은 동그란 모양이나 부채모양으로 다듬어 진다. 거름을 주는 작업도 주로 가을에 한다. 특히 우리 학교에는 오래된 배나무가 많은데 노년의 나무에게 거름은 특효약이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중순∼하순에는 나무들의 월동준비로 분주하다. 겨울에 약한 나무들의 표피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둘레에 월동옷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 것. 월동옷은 강일구씨의 작업팀이 손수 누런 짚을 촘촘히 엮어 만든다.


겨울에는 나무들의 ‘분신’ 낙엽의 수거가 한창이다. 수거된 낙엽들은 그대로 버려지지 않는다. 바로 온실 근처에 위치한 퇴비장에서 퇴비로의 재탄생을 준비한다. 주어온 낙엽들을 2∼3년간 썩혀 꽃과 나무의 자연산 거름으로 사용된다.


나무 간격 조절 작업이 이뤄지는 것도 겨울이다. 해가 지날수록 나무의 둘레가 커져 간격이 좁아진다. 자랄 공간이 부족해진 나무는 생장에 방해를 받으므로 중간중간 나무를 뽑아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렇다고 뽑혀진 나무가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뽑혀진 나무들 중 상태가 좋은 것은 온실 근처 여분의 나무를 심어두는 가식장으로 옮겨져 건강한 나무로 재탄생, 내년에 학내로의 귀환을 기다린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