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보름 만에 위암판정을 받고 3달 째 투병 중이던 노충국씨가 지난 27일(목) 결국 숨을 거뒀다.

군복무 중 복통을 호소하며 군의관을 찾았지만 계속 ‘위궤양’이라는 처방만 받았던 노충국씨. 그러나 그는 지난 6월24일 만기전역한 뒤 2주 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또한 박상연씨의 경우, 복무 중 국군양주병원에서 내시경검사까지 받고서도 ‘특별한 병증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 후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들 외에도 비슷한 상황으로 제대 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알려지면서, 군 의료체계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이제껏 “군에서는 모든 상처를 빨간 약으로 치료하고, 먹는 약도 한가지 뿐”이라고 우스갯소리로만 퍼져왔던 군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의 ‘2006년도 예산안 부문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역병의 민간 의료시설 이용건수는 9만1천959건으로, 지난해 5월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군 병원은 무료지만 자기 돈을 쓰더라도 휴가나 외출 때 민간병원을 찾는 병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 현역병이 민간병원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공단 부담금은 국방부가 지원한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제도 시행 후 무려 175억8천300만원을 부담해야 했고, 그 중 102억3천800만원은 체납한 상태다. 열악한 군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경제적 타격까지 입고 있는 셈이다. 군 의료시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방부의 부담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군 의료시설의 확충과 의료장비의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고급 의료장비를 갖춘 곳은 고위 장교들이 많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군 의료시설을 지방에도 고르게 확충하고 현재의 낙후된 의료기구를 첨단기구로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충국씨의 아버지가 군에서 얻은 내시경 원본을 복사해 민간병원에 가져가니 의사가 “아직도 이런 걸 쓰는구나”라고 했다는 KBS 보도에서도 이런 필요성이 잘 드러난다. 만약 당장 개선이 어렵다면 군부대 주변 민간 의료시설이나 보건소와 연계해 조금이라도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조처해야 한다.

7월 취업정보업체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건이 된다면 군대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답한 남성이 56.2%에 달했을 정도로 군대는 점점 더 기피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지역적 특성상 군대가 필요하고, 군대의 필요성만큼 군의 구성원을 위한 의료시설 확충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를 간과해 또 하나의 군대기피 요인 만 만든 셈이다.

우리나라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 그렇다면 나라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군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이들을 징집한 국가의 진정한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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