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나온 다이어트 강의 내용이라오”. 이는 이화이언(www.ewhaian.com)의 익명게시판 ‘비밀의 화원’에 올려진 글이다. 매일 2~3건 정도는 여성채널의 방송 프로그램 이야기가 게시판에 올라올 정도로 우리 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20대 여성들은 여성채널을 즐겨본다.

현재 케이블 TV 중 여성채널은 ‘온스타일’(onstyle)·‘동아TV’·‘GTV’다. 이러한 여성채널은 패션·뷰티·연애 등의 주제를 드라마·리얼리티쇼 등을 통해 다루고 있다. 동아TV의 기획편성·제작국 권용석 총괄부국장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이를 이끌어가는 20대 여성의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여성들은 타 채널보다 여성채널을 즐겨보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9월 첫째 주 주말에 실시한 시청률 조사 결과,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20~35세의 여성들은 전체 채널 중 ‘온스타일’을 4번째로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중파 3사의 드라마채널 다음으로 여성채널을 가장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여성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는 여성채널은 시청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갖고 있다. 시청자들이 세계의 최신 트렌드를 생생하게 전달받는 것이 바로 그것. 여성채널은 최근 유행하는 옷차림·머리 모양 등을 보여준다. 온스타일의 신종수 편성·기획 PD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방송하고자 한다”며 “연예정보 프로그램 ‘헐리우드 E!뉴스’는 방영시기가 미국과 2주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채널의 프로그램 소재로 성공한 여성들을 다루는 것도 20대 여성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비결. 온스타일에서 자체 제작한 ‘콘트라섹슈얼’은 결혼·출산보다 자신의 일과 사회적 성공을 중시하는 여성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신미진(비서·3)씨는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멋있어 그들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드라마 역시 전문직 여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외화 드라마 ‘앨리맥빌’의 여주인공 직업은 변호사이며, 일본 드라마 ‘미녀 혹은 야수’의 여주인공 직업은 TV PD이다.

공중파 방송과는 다르게 여성채널에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많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여성채널 내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더 높을 정도다. 슈퍼모델을 꿈꾸는 일반인들이 서로 경쟁하는 온스타일의 ‘도전! 슈퍼모델’은 인기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지 않아 새로운 방송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욕구와 맞물려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 추지윤(독문·2)씨는 “정해진 극본이 없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포함, 여성채널은 서구의 외화 프로그램을 많이 방영한다. 이에 우리나라 방송과는 다르게 자유분방한 외국의 성문화가 여과없이 보여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양극으로 엇갈린다. 양지혜(도예·2)씨는 “진지하지 못하고 ‘놀이 문화’로 여겨지는 성관계를 방영하는 미국의 ‘러브 서바이벌’이란 프로그램을 동아TV에서 보고 불쾌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이한나(성악·2)씨는 “외국 드라마와 쇼프로그램에서는 성에 대해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다룬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성채널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적 여론을 사기도 한다. 값비싼 명품을 두른 스타들의 옷차림·화장법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대다수를 차지해 사회적으로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동아TV의 ‘도전 신데렐라’에서는 평범한 일반인을 성형수술을 통해 미인으로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김소연(시디·2)씨는 “방송에서는 한가지 여성상만을 제시하고 부각시켜 여성들의 외적 기준을 획일화시킨다”며 “여성들의 개성을 찾아주지 못하고 똑같은 스타일을 주입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민우회 모니터팀 윤정주 모니터연구부장은 “여성채널은 스타들의 옷차림·액세사리 등을 보여주며 미를 가꾸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주시하도록 한다”며 “여성에게는 지적인 능력보다 외모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정한 ‘여성’채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여성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과 여성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프로그램이 양적·질적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 민우회 모니터팀 윤정주 모니터연구부장은 “‘여성채널’이란 이름에 걸맞게 여성이 사회에서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며 “패션·뷰티 분야 뿐 아니라 여성취업뉴스나 가사노동·육아문제 등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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