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한명숙(불문.67년 졸) 선배

박원순의「독일사회를 인터뷰 하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던 나라이다. 그런데 독일은 20세기 말 벽돌로 단단히 막아 두었던 브란덴부르그 문을 열어젖히고 통일의 길로 나섰고, 우리는 아직도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맞서 있다.

대문호 괴테와 실러·음악의 어머니 헨델·철의 제상 비스마르크·변증법의 헤겔·공산주의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마르크스·해석학적 현상학을 체계화한 하이데거 등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해낸 독일의 저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독일의 힘은 시민사회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NGO에서 찾을 수 있다. 환경운동을 정치적 운동으로 끌어올린 녹색당도 있지만, 대체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서 시민들의 참여는 풀뿌리 운동의 진가를 보여준다. 겨우 15명이 주주로 참여하여 시작된 태양열 에너지 시민기업 ‘솔라 콤플렉스’는 5년 만에 107명으로 늘어났다. 또 5층 이상 건축물이나 큰 쇼핑몰 건설을 가급적 규제함으로써 42%의 녹지공간을 지켜내는 베를린 시는 ‘철학이 있는 개발’을 실천하고 있다. 라인강 관광과 연계된 여성운동·평생교육을 전담해 연간 만3천개의 강좌를 제공하는 ‘국민대학’ 등 시민운동가들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은 무형의 힘이다.

독일은 학벌사회를 만들지 않는다.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과 직업학교인 베루프 슐레가 사회적 우열을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인정신의 표상인 마이스터가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독일의 정치와 미래를 밝게 만든다. 통독 이후의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천적 힘이 되고 있다. 이처럼 참여가 정치나 문화, 그리고 경제에서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되면 자연히 민주주의의 내용도 풍부해지게 된다.

통일된 미래를 꿈꾸는 우리에게, 그리고 서로를 관용하고 타협과 화해의 정신이 여전히 익숙하지 못한 우리에게 독일 사회의 일상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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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인터뷰

“안녕하세요.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 한명숙입니다”.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고 있는 한명숙 선배.

그를 찾았을 때는 다음 날 있을 국정감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도 학창 시절의 이화를 떠올리자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현재 법학관과 기숙사가 자리 잡은 뒷산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사색에 잠겼었다”며 추억의 공간을 소개했다.

한명숙 선배는 이화에서 졸업연극·쌍쌍파티 등의 특별한 추억을 쌓았고 초대 여성부를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역량도 키워갔다. 그는 “20여 년 전 이화에서 여성학을 배우고 학생들을 가르칠때만 해도 결혼 후 직장을 가지겠다는 여성이 거의 없을 만큼 의식이 깨어있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여성부 장관이 되고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의식도 깨어있음을 알았을 때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명숙 선배는 “이화는 여성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며 “우리 사회의 여성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대학 시절부터 전문성을 키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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