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술, 이화와 만나다

영국과 미국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작품은 어떨까. 굳이 바다를 건너지 않아도 그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감상하며 이 궁금증을 해결할 기회가 생겼다.

지난 9월6일(화) 조형대 2층에 위치한 이화아트센터와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까사미아 M-Post 갤러리에서 ‘W.A.V.E(World Art college Vision Exchange)’ 전시회가 막을 열었다. 이는 우리학교 조형대·영국의 캠버웰 미술대학(Camberwell college of Art) 및 서리 미술대학(Surrey Institute of Art & Design)·미국의 윈체스터 미술대학(Winchester School of Art)의 학부생·대학원생·교수의 작품을 전시한 국제 교류전이다.

‘W.A.V.E’는 현재 세계 7개 미술대학이 참여하는 교류 공동체로, 2003년 우리 학교와 캠버웰 대학의 일대일 교류에서 시작됐다. 이후 서리 대학·호주 맬버른 국립대학 등과 교류의 폭을 넓히며 올해 첫 전시회를 개최한 것이다.

▲ 이화아트센터에서 열린 ‘W.A.V.E(World Art college Vision Exchange)’ 전시회 모습.[사진:박한라 기자]
이번 전시는 세라믹아트·북아트·회화·판화·미디어아트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로 이뤄졌다.
특히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예술 형식인 북아트 작품들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북아트는 책처럼 여러 장의 그림이나 오브제를 이어 작품에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시각미술작품을 뜻한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관련 전공이 개설되지 않았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분야다.

캠버웰 대학 유학생인 구이진씨는 한 여인이 소파에 고상하게 앉아있는 모습·거울을 보는 모습·침대에 앉아있는 모습 등 여러 장의 그림을 시리즈 형식으로 펼쳐놓은 북아트 작품을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준비된 장갑을 끼고 작품을 직접 만져가며 감상했다. 우리 학교 박미선(회화판화 전공 석사과정)씨가 작업한 입체 목판화 역시 볼만한 북아트 작품이다. 책을 펼쳤을 때 종이가 위로 올라오는 공간적 입체감을 차용했다.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숲의 이미지가 담긴 종이를 여러 장 겹쳐 세운 것이다. 박미선씨는 “나무나 숲을 볼 때 옛 추억에 잠기거나 자신만의 상상에 빠지는 행복함을 이끌어내고자 했다”며 작품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흙을 빚어 다양한 형태로 구워낸 세라믹아트 작품도 전시됐다. 김혜진(도자예술·05년 졸)씨는 팽이 모양의 백자 위에 ‘물의 파동’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 ‘wave’로 주목을 받았다. 흙에 안료를 섞어 갖가지 색깔의 파동 모양을 그려낸 것이 눈에 띈다. 또 작년 아테네 국제 올림픽 도예공원에 작품 ‘순수·화합·축제’를 선보였던 강석영 교수(도자예술 전공)는 그중 일부를 이번 ‘W.A.V.E’전에 전시했다.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으로 놓여있는 지름 12cm·높이 80~85cm 원뿔 모양의 백자 세 개가 바로 그것이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을 콜라쥬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모아놓은 영상물이 상영됐다. 무한한 상상력과 색감이 돋보이는 회화작품도 다수 전시돼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번 국제 교류전은 무엇보다 외국 학생 및 교수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우리 학교 디자인대학원장 오병권 교수(시각정보디자인 전공)는 “이번 전시회는 다른 나라의 교육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며 “각각의 문화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미술 표현양식 뿐 아니라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작품의 질감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강지민(한국화·4)씨는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보다 더 실험적인 외국 학생들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W.A.V.E 2005’전은 24일(토)까지 열린다. 우리 학교 이화아트센터에서는 우리 학교·캠버웰 대학·서리 대학의 작품을, 까사미아 M-Post 갤러리에서는 윈체스터 대학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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