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학보사와 결혼했잖아”
같은 과 친구는 학보사 때문에 항상 정신없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나는 학보사와의 약 1년 정도 결혼 생활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러나 나는 결혼 초반부와의 너무 다른 지금의 나의 모습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도대체 우리 부부의 문제는 무엇일까?

연애시절
신문 기자를 꿈꿨었다.‘75기 이대 학보사 기자를 모집합니다’라는 광고를 본 순간, 학보사와의 연애 생각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학 생활 1차 시험인 논술을 합격했다는 학보사의 전화를 받고 잠 못들게 했던 학보사의 설레임. 신문에 써져있는 활자와 당당하게 명시돼있는 각 기자들의 바이라인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대 학보사 기자, 꼭 하고싶다’고.

결혼
학보사와의 결혼에 성공했다. 학보사 주부로서 나에게는 여러가지 가사일이 쏟아졌다. 수습기자로서 해야하는 기사쓰기·전화받기·게시판 쓰기 등의 일들. 나는 첫 살림을 맡는 새댁처럼 실수를 하기도 하면서 일을 배워나갔다.

첫 기사로 학내 보안 시스템에 대해 맡았을 때, 나는 각 건물의 경비 아저씨들을 다 만나보며 열심히 취재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 때는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물어보는 똑같은 질문에 각기 다른 대답들과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 그들을 만나고 웃으며 학보사와의 꿀맛같은 신혼생활은 흘러가고 있었다.

권태기
나의 기자로서의 열정은 어디로 숨은 것일까? 학보사와 처음 결혼 했을 때 마음 먹었던 그 열정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학보사 새댁 시절이 지나가고 이제는 대학 취재부 정기사로서 또 학보사 아줌마로서의 적극성을 띄고 취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는 피로한 몸과 얼음장처럼 식어버린 학보사 기자라는 타이틀만 남아있다. 잠들어 있는 내 열정에는 학보사와의 연애시절 느꼈던 설렘이 필요하다.

권태기는 어떤 부부든 찾아온다. 이 권태기를 이긴 부부는 더 돈독해진 서로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어쩌면 권태기는 내가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숨은 내 열정은 스스로 숨은게 아니라 내가 숨겼을 지도. 기자로서의 책임감을 시집살이가 너무 익숙해진 탓에 잊어버렸나.

지금 당장 내 자식들같은 기사들과 함께 열정을 찾아 깨워야겠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남편 학보사에게 말할꺼다.

여보∼학보사 우리 다시 사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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