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새벽3시, 레포트와 씨름한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고 정신은 몽롱해진다. 계속된 과제로 밤을 샌 지도 벌써 3일째. 잘하고 싶다는 의욕은 온데 간데 없이 분량 채우기도 바쁘다. 일단 해치우고 보자는 욕구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보다 기말고사까지 해야할 일이 더 많다. 괜히 신경만 날카로워진다. 피곤하니 어서 자라는 부모님의 걱정에도 화부터 난다. 왠지 이번 주가 이번 학기 최대의 고비가 될 것 같다. 특히 학보사 강행군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만 같다. ‘이번만 대충 넘어가자’ 어떻게든, 어떤 것이든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고 있다.

그러나 나를 더 괴롭게 하는 것은 과제도, 내 앞에 쌓인 일도 아니다. 진짜 나를 괴롭히는 건 여전히 과제의 ‘압박’에 허덕이고 있는 현재의 내 모습이다. 매번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버릇처럼 “다음부터 잘하지, 뭐”를 되뇌이곤 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현재의 그 모습만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처음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아 그 마음을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지난 주 수습기자를 지원한 친구들을 보면서 2년 전 나를 떠올렸다. 팔이 아프도록 논술 쓰던 일, 수습기자가 된 후 수첩에 빼곡히 할 일을 적으며 행복해 하던 일…. 그 때의 난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레임 속에서 ‘의욕만땅’ 이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잘할 수 있을 거라던 지난 겨울방학의 결의는 이미 공중 분해되고 말았다. 수업은 결석, 과제는 언제나 제출기한을 훌쩍 넘겨버린다.

학보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내 대학시절의 절반인 학보사 생활. 그렇기에 마지막 남은 기간 동안은 조금의 후회도 없이 잘 마무리 하고 싶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독려해 학보사를 더 잘해낼 생각을 하기는 커녕 할 일이 산더미같은 지금 상황이 끝나기만을 바라면서 살고 있다.
“예전에는 시험이 미뤄지면 좋아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무조건 빨리 끝내버리자고 한다”던 한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마지막까지 좀 더 신중을 기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대충 넘겨버리려는 요즘 학생들의 태도가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학기 말, 처음의 시작이 그랬듯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최소한 포기는 하지말자. 모든 열정을 쏟아내고 마친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마무리가 흐트러져 먼 훗날 시간이 흘러 그때의 열정을 낙제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까이꺼 대~충’이 아니라 ‘그까이꺼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 그 땐 너무 힘들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소용없지 않은가. 한번쯤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자. 내 자신에게, 그리고 당신들에게 힘찬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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