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대에 있었던 권위적이고 반공적인 성격의 ‘식민지 파시즘’이 우리 사상과 제도 등에 녹아 아직까지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있다면.

연세대 국학연구원은 20일(금) 오전10시 연세대 상남경영원 로즈우드룸에서 ‘식민지 파시즘의 유산과 극복의 과제’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먼저 연세대 이준식 교수(사회학 전공)는 식민지 파시즘 잔재의 하나로 ‘우리’와 ‘남’을 구분해 남을 차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인종주의 논리를 들었다. 그는 “현재 한국 사회의 화교에 대한 차별의식·‘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특례법’ 제정 움직임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이어 연세대 김경미 교수(교육학 전공)는 “일제의 교육체제를 뒷받침했던 식민지 파시즘의 사고 방식도 식민지 교육의 유산으로 이어져, 해방 이후의 우리 국사 교과서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본의 국사 교과서는 천황 중심의 일대기사를 기록하는 등 국체의 존엄함을 강조했다. 이는 동양을 위협하는 ‘적’을 막기 위해서는 천황과 야마토 민족을 중심으로 결합해야 하며,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버리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천황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 교과서도 ‘힘’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라 믿고,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통하여 ‘민족 의식’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일제 시대 국사 교과서의 논리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식민지 파시즘기에 나타났던 일본의 ‘치안유지법’과 비슷한 형태로 재생산된, ‘국가보안법’의 예도 있다. 여기서 치안유지법은 천황제를 변혁하려 하거나 사유재산 제도를 부인하려는 움직임을 탄압하는 것을 말한다. 연세대 전상숙 교수(정치학 전공)는 “사상을 통제하는 국가보안법도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공권력으로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치안유지법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배권력과 정권의 안보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은 통일의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시킴으로써 북한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든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민치하에서 일부 사람들의 사회적 일탈을 일제의 파시즘적 통제에 대항하는 움직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연세대 권명아 교수(국문학 전공)는 “일제 시대 사회적 문제아로 대표될 수 있는 ‘불량 학생’과 ‘노동자’는 땡땡이 치기·술 마시기, 도주와 이탈을 일삼으며 일제의 파시즘적 통제를 저지했다”며 “그들은 파시즘적 통제 원리로 성실한 신민을 만들려는 일제의 목표 달성에 중요한 걸림돌”이었다고 평가했다.

‘식민지 파시즘’으로 파생된 문제들의 해결 방안에 대해 이준식 교수는 “우리가 떳떳하게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법적·경제적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식민지 파시즘으로 인해 우리 내부에 깊이 스며든 식민지적 의식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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