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문학회의 신입부원 모집 자보에는 다른 동아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구가 있다.

“따뜻한 이불과 차가 준비돼 있습니다”

‘이불’과 ‘차’라는 단어에서 가족같은 분위기의 문학회를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학생문화관 416호 동아리방(동방)에 들어서면 양쪽 벽은 책들로 빼곡하고, 그 가운데 이불 안에서 쉬고 있는 부원들이 보인다. 처음 들어서는 사람도 어색해하지 않을 만큼 편안한 인상이다.


반도문학회는 ‘10+α’다.
1971년 만들어진 반도문학회의 부원은 현재 10명이다. 문학회가 대학가 학생들로부터 점점 외면당하면서 이화 반도문학회와 연합했던 서울대 반도문학회는 신입회원 부족으로 사라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화 반도문학회는 최근들어 신입생이 꾸준히 동방을 찾아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그들은 학번에 관계 없이 글을 사랑하는 이화인에게 언제나 마음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그들의 또 다른 α는 바로 졸업한 선배들이다. 졸업한지 10년이 넘은 선배도 거리낌없이 동방에 찾아와 후배들과 교류한다고. 가끔씩 동방에 들르는 선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들의 시야를 넓혀주는데 일조한다.

반도문학회는 ‘펜과 가슴’이다.
반도문학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심훈의 ‘화장’등 고정텍스트를 읽고 토론을 한다. 토론은 아랫목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한 동방에서 진행된다. 그 덕분에 부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에 신지영(영문·2)회장은 “문학은 삶에서 비롯된다”며 “자기 경험과 결부시킨 부원들의 작품 감상을 들을 때는 서로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1년에 한 번씩 문집을 발간하고, 창작한 작품에 대해 부원들이 토론하는 화평의 기회도 갖는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창틀에 가득 쌓아놓은‘날적이’란 노트다. 오랜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이 노트에는 삶의 진지한 성찰과 사회에 대한 고민이 적혀있다. 30여년 간의 기록이 모인 ‘날적이’에는 세상의 변화가 느껴져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지금도 반도문학회는 새로운 이야기로 ‘날적이’를 채워 나가고 있다.

반도문학회는 미래를 향해가는 ‘문학 발전소’다.
그들은 앞으로도 많은 것을 계획하고 있다. 방학 중 학술 세미나·문학기행·다른 대학 문학회와의 연합 화평회·작가와의 만남 등이 그것이다. 세미나는 선배들이 추천하는 정치학·음운론 등 전문적인 분야를 다뤄 사고를 넓히는데 도움을 준다. 오늘날 외면당하는 문학회의 현실을 이겨 나가기 위해 반도문학회 신지영(영문·2)회장은 “관심이 사라진다고 우리마저 손을 놓으면 미래는 더 어두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문학회에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활동내용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반도문학회는 스스로 발전시켜가는 ‘문학 발전소’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