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달 5권 정도의 패션잡지를 구입해 읽는다는 잡지 마니아 차진아(정보디자인·96년 졸)씨. 국내에서 출간하는 잡지가 거의 없던 고등학교 시절, 일본 패션잡지 ‘논노’를 보며 각 잡지들의 화보를 스크랩하기 시작해 지금은 스크랩노트가 약 100권이 넘을 정도라고 한다.

-잡지는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유행의 대략적인 흐름과 당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잡지를 많이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엔 모델이 입은 옷을 모방한다. 하지만 차차 자신의 안목을 기르고 스타일을 창조해낼 수 있다. 색에 민감한 나에게는 다음 시즌에 어떤 컬러가 유행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정보처가 되기도 한다.

-잡지의 예술적 측면은.

잡지는 모델·포토그래퍼·스타일리스트·편집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협력해 만들어내는 하나의 작품이다.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따라 똑같은 옷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그들은 사진의 예술성과 의상의 정확한 정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몇년이 지난 후 다시 봐도 세련된 느낌이 들 정도로 유행을 타지 않는 화보로 구성돼 오래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좋은 잡지다.

-화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화보의 주인공은 ‘상품’이기 때문에 배경이 옷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가 관건이다. 요즘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화보가 많다. 풍선으로 장식된 공사장 배경에 전위적인 화장을 한 모델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진을 보고 독자들은 ‘누가 이런 옷을 입고 이런 장소에 가나’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반면 모델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고 있다면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을 줘 의상이 더 돋보일 것이다.

-우리나라 잡지를 평가한다면.

전면 광고가 너무 많고, 잡지를 넘길 때 그 부분이 잘 펼쳐지도록 종이를 두껍게 처리한 광고면까지 있을 정도다. 이런 광고를 없애고 불필요한 연예인 인터뷰나 가십기사를 줄여 부피를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화보의 경우 우리나라 잡지는 조명을 어둡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분위기 있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옷의 본래 색까지 흐려 의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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