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금)∼26일(목)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제 9회 인권영화제가 열린다. 1996년 ‘영화 속의 인권, 인권 속의 영화’를 주제로 시작된 인권영화제는 그동안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투쟁’, ‘인권교육의 실천’, ‘인간을 위한 대안적 영상의 발굴’을 목표로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상영해 왔다.

올해 인권영화제의 주제는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이다. 영화제를 주최한 인권운동사랑방은 “어른들의 프리즘이 만들어 낸 시선에 묻혀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배제돼 온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환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주제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 이진영 상임활동가도 “어린이·청소년이 인권유린의 피해자가 아닌 실제로 움직이고 저항하는 주체로서 바로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제에는 5가지 분야(어린이·청소년의 인권/해외 작품/국내 작품/비디오로 행동하라/사전제작지원작)로 나뉜 총 32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어린이·청소년의 인권’ 분야의 작품으로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근교 바네빠(Benepa) 지역 아이들의 노동과 카스트 제도의 차별을 짧은 뮤직비디오로 풀어낸 이미영 감독의 ‘사레가마 송’이 있다.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소녀(靑少女) 동성애자의 인권침해를 다룬 ‘이반검열’과 어린이·청소년의 시선에서 인권을 말하는 애니메이션 모음도 상영될 예정이다.

해외 작품으로는 개막작 ‘예스맨’이 주목된다. 감독은 WTO와 관련, 저급한 탐욕에 매몰된 신자유주의의 허망함과 빈곤의 실체를 풀어낸다. 아프리카의 절대적 궁핍과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폭력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규명하는 ‘라이베리아’와 일본의 헌법 개정 움직임이 동북아 패권주의적 야욕이 투영된 결과임을 고발하는 ‘일본평화헌법’도 주제 의식이 분명한 작품이다.

이밖에 국내 작품으로는 역사적 사건을 재평가한 ‘돌 속에 갇힌 말’, 지난 1998년 발생한 故 김훈씨 군의문사 사건과 이후 진상 규명 과정을 보여주는 ‘진실의 문’이 있다. 영상미디어활동가들의 사례를 분석하고 그 의의를 되새기는 ‘비디오로 행동하라’ 섹션 토론회도 마련된다.

한편 이번 인권영화제는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제공한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이 이뤄지고 대다수의 국내 작품에는 한글 자막이 깔린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서는 일부 작품에 한국어 화면해설과 대사가 더빙돼 지원되며, 점자 자료집도 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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