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 「부엌」 오수연 지음, 이룸, 2001
(우) 「제2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강 외 지음, 문학사상사, 2005
오수연과 한강. 이들은 공통적으로 식물성과 동물성의 문제를 독자들에게 들이밀어 한국소설계에 일약 중심으로 진입했다.

오수연은 소설의 무대를 인도로 이끈다. ‘나’·극단의 채식주의자 ‘다모’·극단의 육식주의자 ‘무라트’의 삼각관계를 형성시킨 「부엌」은 얼핏 애정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본뜻은 ‘무엇인가를 죽여 요리함으로써 목숨을 유지해야 하는 인간의 삶’을 얘기하면서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다. 한 여성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다모’와 ‘무라트’는 서로 채식과 육식의 당위성을 얘기하지만 ‘나’는 교대로 자신의 부엌을 그들에게 내어준다.

이른바 식성의 세계관이 어떻게 충돌하는가를 통해 작가는 피식자와 가식자의 이해 충돌을 문명의 충돌로 치환해내는 능력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성소인 부엌을 통해 문명이 어떻게 충돌하는가를 실증한 특별한 소설 작법이다.

공교롭게도 한강의 「몽고반졸 역시 처제와의 사랑을 그려낸 불륜소설의 오해를 받을 만한 장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의 처제는 불륜의 대상이라기보다 채식의지를 견고하게 지켜나가는 사람이며, 작품의 모델이 되어 달라는 형부의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들이 몸을 섞는 모습에서는 불륜이라는 느낌보다, 식물성의 부엌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순결한 껴안음이 먼저 다가온다. 엉덩이에 생긴 몽고반점 역시, 태생적으로 갖고 태어난 산물에 대한 동경과 경외의 표현으로 배치돼 있다. 「몽고반졸의 아내는 마침 동생에게 나물이라도 갖다 주려고 동생의 방을 찾았다가 남편과 동생의 ‘불륜’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채식을 하고 있는 처제를 녹여서 자신의 혈관에 흐르게 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사랑을 한 것일 뿐이었다.

필자가 보기에 「몽고반졸은 한강의 다른 작품 「채식주의자」의 정신을 잇고 있는 ‘원시성에의 희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오수연의 「부엌」 역시 이와 비슷한데, 이들 작품이 여성 작가의 손으로 씌어졌다는 점은 두 소설을 함께 읽는 독자에게 꽤 큰 기쁨이며 우리 소설의 담론이 새롭게 형성됐다는 것을 뜻한다.

소설가 임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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