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2일(금)~23일(토) 이화교정에서 물리인의 축제가 열렸다. 바로 ‘제 81회 한국물리학회’가 개최돼 전국에서 약 1천600명이 넘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대에 모인 것이다. 우리 학교 물리학과 학생들의 봉사정신에 힘입어 역대 한국물리학회 가운데 최다수인 약 1천700명이 참석했으니 가히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물리학회 행사는 물리인들에게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세계의 물리학자들은 상대성이론을 탄생시킨 아인슈타인의 사후 50주년인 올해 2005년을 세계물리의 해로 선포했다. 그리고 그간 물리학계와 타전공자들 간에 있던 거리감을 좁히고 물리학에 대한 열기와 관심을 되살리고자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 학교 물리학과의 학생과 교수들은 이번 물리학회 개최를 통해 다른 학과 학생들과 함께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고자 했다. 그러나 많은 이화인이 이 행사를 모르고 지나간 듯해 좀 씁쓸한 기분이 든다. 물론 홍보가 충분치 못했던 탓도 있겠지만 마침 중간고사 기간이었으니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의 섭섭한 마음은 비단 세계 물리의 해를 맞아 물리학회의 행사에 대한 일반인의 무관심 때문만이 아니다. 다른 비전공자들이 우리 물리학자들에 대해 흔히 갖는 오해와 소외감 때문이다.


학회가 열리기 전날, 그 날도 출근하기 위해 차를 몰면서 습관적으로 FM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그 음악 프로그램에서 이번 행사 중 하나인 ‘빛의 축제’와 올해가 세계 물리의 해라는 것을 소개해 무척 흐뭇한 기분이었다. 한데 그 흐뭇한 마음은 곧 아쉽고 조금은 답답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 방송인은 아인슈타인을 핵폭탄을 발명한 사람으로, 원자폭탄의 대부쯤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가 한 연구가 원폭의 핵심 원리로 쓰이기는 했지만 여러 면에서 인류의 문명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더 많았다. 한데 그 방송인은 수 분 동안 원폭의 피해와 관련된 아인슈타인의 행적에 대한 것만 거론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인슈타인이 완벽한 성인도 아니요, 때문에 그 말이 다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물리의 해를 맞아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거나 20세기 물리학이 기여한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


나는 문학이던 물리학이던 간에 모든 학문 활동이 결국은 인간을 위한 것이고, 인류애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때로는 그 연구 결과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초래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물리학자, 또 과학 연구자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연구가 인류의 보다 발전된 삶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불철주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자리를 빌어, 이화인들에게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물리 뿐 만 아니라 모든 순수 기초 과학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하고 싶다.

 

김태희 교수(물리학 전공)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