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두 가지 직업이 있다. 하나는 학생 그리고 또 하나는 학생기자다. 물론 학생으로 기대되는 역할이 많겠지만 학보사 생활을 하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레 학생기자에 더 애정이 생긴다. 취재때문에 만나야할 사람도 많고, 써야할 기사도 많아 학생으로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학보사에서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4월 한달 간은 학보사도 잠시 휴간한다.

나에게 첫 휴간은 시험 공부보다도 ‘학보사 살이의 찌든 때를 벗어버리자’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학보사에서 3개월밖에 보내지 않았지만 그 동안의 찌든 때는 내 몸 구석구석에 숨어있었다. 마치 병처럼 내 몸에 달라붙어있던 그 찌든 때. 나는 그 때를 ‘학보사 직업병’이라고 이름을 붙여보았다.

휴간 1주째(직업병 발병)
‘앗싸! 이제 좀 놀아보자’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약속을 잡는다. 하지만 새로붙인 게시물들을 보는 순간 종이를 꺼내 날짜와 장소 등을 나도 모르게 적고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게시판에 실을 수 있는 게시물들이 많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휴간인 것을 잊고 5개, 6개… 잔뜩 적는다. 룰루랄라 하는 내 머리 속에는 다음호 학보 게시판 거리를 잔뜩잡았다는 행복이 가득하다. 그러나 학생수첩을 펼치는 찰나, ‘앗, 학보사 휴간이잖아!’

휴간 2주째(직업병 악화)
뭔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두렵다. 예전에는 학보사 때문에 밥먹을 시간도 없이 이리 저리 뛰어야 했고, 할 일도 산더미였는데 지금 내가 해야할 건 공부 밖에 없다. 그러나 시험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고(핑계일지도^^;) 아무 것도 써있지 않은 취재수첩을 보면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취재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고, 특히 금요일밤에는 당장이라도 학보사에 달려가 컴퓨터에 아무 말이라도 써야될 것 같다. 이렇게 계속 기사만 쓰는 꿈까지 꿔가며 휴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휴간 3주째(직업병 거의 완치)
시험과 함께 정신없이 지나갔다. 시험공부하는 틈틈이 학교에서 하는 행사들을 보면서 괜히 불만을 토로했다.‘우리 신문 제작 때 저런 행사 좀 하지!’하는 원망이 내 머리 속에 가득하다. 3주째가 되면서 이제 슬슬 휴간이 적응된다. 시험이 다 끝나자 꿈같고 꿀같은 나날이다. 이제는 모든 걸 잊고 휴간을 즐길 때다! 아∼휴간이 언제나 계속됐으면...

그러나 다음 주부터 다시 신문 제작하는 날이다. 학보사 직업병은 완치 되지 못한 채 다시 학보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학보사살이를 해야하는 이번 주부터 나의 직업병은 다시 재발됐다. 아마 앞으로 1년 반 동안 학보사 생활을 하면 학보사 직업병 완치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재발하는 직업병이 싫지만은 않다. 다시 인터뷰와 취재일정들이 꽉꽉 들어차있는 취재수첩을 보며 직업병은 어느 새 나의 일부가 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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