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기사의 수명은 최대 하루. 그러나 신문 기사는 누군가에게 오려져 스크랩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4월9일(토)∼5월31일(화) 서울 평창동 영인 문학관에서 열릴 ‘문학 스크랩 전’의 기사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 문학사의 산 증인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20∼70년대 우리 문단의 크고 작은 사건을 다룬 기사를 포함해 고(故) 김춘수 시인의 유품 등 총 250여점의 전시물이 소개된다.

우선 소설가 정비석과 서울대 황산덕 교수의 ‘자유부인 시비(是非)’에 대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은 ‘대학교수 부부의 불륜’이라는 선정적 주제에도 불구하고 5만부 이상을 판매하며 ‘해방 직후 제 1호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됐다. 얼마 뒤 황산덕 교수는 작품의 비윤리성을 문제삼았고, 이에 정비석은 “황교수의 비난은 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개인적 흥분”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 논쟁이 오히려 이들을 절친한 사이로 만들어줬다는 재밌는 사실 역시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에 대한 김동인·염상섭의 논쟁 기사 역시 무척 흥미롭다. 불임인 한 사내가 방탕한 아내에게서 태어난 아기와 자신의 닮은 점이 없자, 발가락이 닮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소설의 내용. 염상섭은 자신을 모델로 이 소설을 썼다는 데 격분해 신문에 글을 기고했고, 김동인 역시 이를 반박하는 글을 싣는 등 이들의 논의는 무려 10차례나 신문에 실렸다.

「오적」 필화 사건의 첫 공판을 다룬 기사는 당시 문학과 사회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김지하는 풍자시 「오적」에서 당시 사회의 권력층을 을사조약 때 나라를 팔아먹은 오적(五敵)에 비유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이 공판에서 그는 “몰지각한 일부 부정부패한 자들에게 ‘언젠가는 징벌한다’는 권선징악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창작동기를 밝혔다.

기사 외에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스크랩북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기사 하나하나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은 물론 찢어진 기사 일부를 직접 손으로 써 넣은 시인 김상옥의 스크랩북은 그 정성을 엿보게 한다.

강인숙 관장은 “신문 기사는 문학사를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말로만 듣던 문학사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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