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학생회장 이주현(법학·4)씨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나이. 온 몸의 맥박이 기관차처럼 질주하는 나이.
어느 책에서 본 스무살에 대한 정의입니다. 맞는 말인 것 같나요?

대학생이 되면 저절로 하늘이 바뀌고 내 주변 사람들이 바뀌고 나 또한 무엇이든 바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한 성적 경쟁과 무미건조한 생활은 내가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무색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런 제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친구들과의 세미나였습니다. 책을 읽어 와서 각자 생각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일은 정말 새로운 공부 방법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세미나와 다양해지는 주제들에 조금씩 스스로 생각하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는 보지 못하던 것들, 혹은 뿌옇게나마 보고 있던 것들을 조금은 선명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타성에 젖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억압하고 있는 것임을 보았습니다.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인격을 높이려는 사람들 또한 보았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려고 해도, 음식을 먹으려고 해도, 돈 걱정을 해야만 하는 나를 보았습니다. 이론적 지식을 쌓는 것이 앎의 전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그 앎을 내 몸으로 행하지 못하는, 그래서 온전한 앎을 이루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았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일이 이런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친구와 생각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등록금 문제도 그 중의 하나일 수 있겠지요. 날이 갈수록 학교 등록금은 ‘억!’소리 날 만큼 높아지기만 합니다. 왜 이렇게 비싼 돈을 내고 학교를 다녀야 하는 건지, 다들 불만이 많습니다. 등록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일은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문제를 충분히 고민할 수 있고 모두의 생각이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을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음을, 내 옆의 학우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생각의 끈,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하며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온 몸의 맥박이 기관차처럼 질주하는, 스무살에게만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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