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까지 놀 새가 없는 농번기가 닥쳐왔건만 강습소의 아이들은 나날이 늘어 5리 밖, 10리 밖에서까지...”
이는 심훈의 「상록수」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주인공 채영신과 박동혁의 사랑이 인상적인 이 소설은 농촌 ‘야학’이 중심축을 이룬다.

10일(목) 저녁에 찾아간 <대신야학>은 이 시대의 채영신과 박동혁들로 북적였다. 오후7시20분부터 시작되는 1교시 수업 준비로 분주한 사무실에서 우리 학교 권현정(경제·4)·신지원(화학·4)· 정지원(영교·2)씨와 어렵사리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야학 교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권현정(권): 뭔가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물론 봉사 활동도 하고 싶었고요.
신지원(신): 저는 졸업하기 전에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야학교사에 지원하게 됐어요.
정지원(정): ‘영어교육’이라는 전공을 살려 실전 경험도 쌓고 싶었고, 봉사를 하고픈 마음도 있었죠.

-야학교사가 되는데 자격 조건은 없나요?
권: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고 고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라면 누구나 가능해요. 현재 우리 야학에는 대학생 뿐만 아니라 직장인도 여럿 있죠. 또 대신교회에서 운영하는 야학이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저 역시 비 기독교인이지만 보시다시피 7개월 째 야학 교사 생활을 하고 있잖아요?(웃음)
정: 7월과 12월, 1년에 두 차례 홈페이지(cafe.daum.net/dsyh)를 통해 교사를 뽑고, 그 후 1달 간의 교육 과정을 거쳐 정식 야학 교사가 됩니다. 임기는 1년이고요.

-대신야학의 야학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정: 크게 고검(고입검정고시)반·대검(대학검정고시)반, 두 반으로 나눠요. 검정고시 과목인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도덕·국사는 물론이고 영어회화·한자 등도 가르치죠. 대신야학이 교회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성경 공부 시간도 있어요. 월∼금요일 오후7시20분∼10시20분까지 하루에 3시간, 4교시 수업을 하는데 교사들은 이 중 이틀 만 일하면 돼요. 담당 과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요.

-교사나 학생들과의 친목도모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정: 교사들은 신입 교사 환영 엠티·세미나 겸 퇴임 교사 고별 엠티 등 다양한 모임을 가져요. 학생들과는 입학·졸업 엠티, 체육대회 등을 통해 친목을 다지죠. 그 외 한 달에 1번 교사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공동식사의 날’도 있어요.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세요?
권: 기본적인 ABC조차 모르던 학생들이 어느 날 갑자기 “How old are you?”라고 할 때 정말 기뻐요. 야학 교사로서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 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보람있는 일이죠.

-야학 교사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정: 주부·직장인 등 학생들 대부분이 저희들에겐 어머니·아버지 뻘 되시는 분들이세요. 경제적 여건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혹은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학벌 중심의 현실에 부딪혀 오신 분들이 대다수죠. 직장 생활 하랴, 집안 일 하랴 바쁘실텐데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저희도 자극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는 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촉매제가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시종일관 이어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곳 <대신야학>의 따스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화와의 지리적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많은 이화인들이 활동하지는 않는다고. 이에 권현정씨는 “더 많은 이화인들이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혹시 야학 교사가 되고 싶은 이화인이 있다면 <대신야학>으로 달려가 보시길. 우리 학교 후문에서 이대부고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대신교회’팻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신야학>은 바로 그 안에 위치해 있다. 교사를 모집하는 7월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면 서강대의 <성이냐시오 야학>(705­-8248)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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