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숙 교수(독어독문학 전공)

요즘 후배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교환학생과 어학연수 프로그램은 내가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가 경험해보고 싶을 정도다. 해외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유학을 할 수 있는 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다. 유럽의 경우 거의 모든 학생들이 다른 유럽 지역의 대학에 한 학기 이상 해외유학을 체험하고 있다. 이는 유럽이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에라스무스·소크라테스 장학금 등 많은 재정적인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서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공동체를 위한 대학생 교환프로그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일본 추오대학 독문과와 ‘국제 대학생 독일어 세미나’를 운영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이 세미나를 진행한 7년 동안 아시아대학 간 교류의 긍정적인 면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교환프로그램의 효과는 강의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같은 아시아인들끼리의 만남이 갖는 장점을 높이 사고 싶다. 동양인이 친숙해서인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업이나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생각이 비슷하기 때문에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실수가 적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끼리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데다 어학실력까지 향상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게다가 일본과의 교류는 일본인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민간 외교적인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좋은 일본대학들과의 교류가 지속될지 의문이다. 교류 활동시 우리 학교가 일방적으로 외국 대학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추오대학의 경우 우리가 갈 때는 물론, 일본 학생과 교수들이 올 때도 모든 여비와 출장비를 지불한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예산이 빠듯해 해외유학프로그램의 지원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국제교육원의 도움으로 식비의 일부를 해결하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머지 비용은 교수와 학생들이 사비를 털어서 충당해야 한다.

한국이 그리 작은 나라도 아니건만, 국제교류정책은 경제적 성장에 많이 뒤떨어져 있다. 이제는 우리도 외국인들을 초청할 줄 아는 체제로 전환해야만 될 것이다. 주는 것이야말로 문화에 투자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훗날 다른 형태로 훨씬 더 많이 되돌려 받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진정한 이화의 세계화와 한국의 문화대국으로의 한 걸음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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