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거장에서 만난 삶의 흔적

단순히 헌책을 사고 팔던 헌책방이 문화적 공간 으로 변화하거나 온라인 상으로 영 역

▲ 여기저기 먼지가 앉은 채로 쌓여있는 헌책들 사이에서 책을 읽는 것은 또다른 운치가 있다. [사진:박한라 기자]
을 넓혀가고 있다. 한편 변모하는 헌책방과 다르게 신촌 근처에는 옛날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헌책방이 여러군데다. ‘공씨책방’·‘정은서젼·‘숨어있는 책’이 바로 그 곳이다. 변화하는 헌책방보다 헌책방의 옛 모습 그대로를 더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곤한다.

◆먼지 폴폴 헌책방, 그 자체의 매력을 발산하다
오랜 세월 헌책과 함께 해온 사람들은 낡고 허름한 헌책방의 깊은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이들은 높다란 책장 옆에 세워진 낡은 나무 사다리, 뽀얀 먼지가 내려앉은 채로 여기저기 책이 쌓여있는 헌책방에 애착을 느낀다.
헌책방을 즐겨 찾는다는 학원 강사 배동근씨는 “서점은 단기간에 잘 팔리는 책을 주로 취급하지만 헌책방은 잘 팔리는 책·안 팔리는 책에 대한 구분이 없다”며 “헌책방은 고문서나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은서젼의 정재단씨는 “오랫동안 다양한 책을 접한 헌책방 주인들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양서를 선별하기 때문에 헌책방에 들어온 책이 진짜 좋은 책”이라고 덧붙였다.
헌책방에서는 잊고 지냈던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는 빽빽한 책장에서 무심코 책 한권을 골라 책장을 한장 두장 넘길 때 가끔 연애편지·엽서·채변 봉투 등이 꽂혀 있는 경우다. 배동근씨는 “헌책방에서 구한 책 사이에 꼬깃꼬깃 접혀있는 비상금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쓴 글을 발견한 적이 있다”며 헌책방에서 겪었던 유쾌했던 추억을 전했다.
또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저자 최종규씨는 “헌책방은 자신이 읽었던 책을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눔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공간·인터넷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 헌책방도 있다
책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30여 평의 실내 공간. 투명 유리창 너머로 설치미술작품처럼 늘어서 있는 녹슨 철제 상자 안에는 책들이 가득하다. 이곳은 경기도 파주 북시티에 자리잡은 헌책방 ‘보물섬’이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이 곳은 사람들에게 책을 기증받아 판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보물섬’의 이상건 간사는 “주말에 가족들이 함께 헌책을 만나고 동시에 이곳에서 콘서트나 전시회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보물섬’의 특징으로 꼽았다.
이밖에 ‘고구마(www.goguma.co.kr)’ ·‘가나북(www.ganabook.co.kr)’과 같이 인터넷으로 헌책 주문이 가능한 온라인 상의 공간도 마련돼있다. 인터넷 헌책방은 주문하는대로 신속한 배송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배송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어 국내외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헌책방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아보자
과거에는 많은 학생들이 헌책방을 찾았다. 그 당시에 그들은 돈이 없어 그저 헌책방에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다가 헌책방을 나올 때 가장 사고 싶었던 책 한 권만 사곤 했다. 하지만 요즘 헌책방을 찾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헌책방의 묘미를 경험하기보다 단지 싼 값에 참고서나 교재를 사는 것에 만족하는 듯 하다.
‘공씨책방’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은 컴퓨터에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어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최종규씨는 “새 책이든 낡은 책이든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같은데, 요즘은 책이 담고 있는 내용보다 표지나 디자인에 더 신경쓴다”며 겉치레만 중시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이제 헌책방이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제대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 순간 헌책방이 값싸게 책을 사는 것 이외에도 자신이 읽은 책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에게 가장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이고 머물러 있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강의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신촌 주변의 헌책방을 찾아가보자. 그곳엔 분명 이화인들이 찾고 있는 인생의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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