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스스로의 좌표 확인하고, 지식보다는 자신만의 시각 얻어야

‘명작 명문 읽기와 쓰기’는 2001년 1학기, 3개의 분반으로 시작한 이래 현재 8개 분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문교양 수업이다. 이는 한 가지 주제 아래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글과 토론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에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수업을 지도해온 이은정·이동연·김진희 교수(국어국문학 전공)를 만나 독서생활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들어봤다. 이은정 교수의 경우 현재는 이 수업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동연 교수 : 이화인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 것을 어려워 하고 있다. 비판적인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전공서적과 교양서적을 상호보완적으로 읽으면서 자신만의 관점을 세워야 한다. 전공서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교양서적의 도움을 받는 것이 그 예다.

­김진희 교수 : 전공서적을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읽어야 하는 책’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많다. 전공을 즐겁고 쉽게 공부하길 원한다면 전공 강의의 참고문헌을 챙겨 읽길 권한다. 우선 학문 전반에 대해 소개하는 책을 읽은 후 관심사에 따라 세부 전공 서적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은정 교수 :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학생은 많지만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학생은 많지 않다. 책을 읽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각도 흡수해야 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런 과정에 익숙치 않다.

­김진희 교수 : 읽은 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평론·서평 등 책에 관련된 자료를 통해 보편적인 주제를 찾아야 한다. 책의 핵심을 꿰뚫는 주제를 이해해야만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 단순히 주제를 수용하기 보다 자신의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며 읽어야 한다.

­이은정 교수 : 책을 고를 때 인터넷·신문 상의 정보를 참고하되 베스트셀러에 치중해 읽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고르는데 있어서도 자신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책에 좋은 인용글이 실려 있으면 그 글이 담긴 책을 찾아 보는 방법도 유익하다.

­김진희 교수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서점에 자주 들러 새 책을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책의 제목만 훑고 지나가도 옛 사람들이 지녔던 생각의 흐름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동연 교수 : 대부분의 이화인들은 책을 읽는 것에만 힘을 쏟지 책 내용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연습은 부족하다고 본다.‘명작 명문 읽기와 쓰기’와 같은 수업에서 책 읽는 재미를 느낀 뒤 이를 꾸준히 이어나갔으면 한다.

­김진희 교수 : 이화인들이 책 읽는 것을 하나의 일상으로 여겼으면 한다.‘독서 노트’를 만들어 책을 읽고, 보편적인 주제·내용에 관한 문제의식·주제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도 좋을 것이다.

­이은정 교수 : 사람 간에 진심이 담긴 소통이 필요하듯 책과 사람 사이에도 대화가 필요하다. 틀에 갇혀 책을 읽기보다 마음의 벽을 깨고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책을 읽길 바란다.

 

책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이동연 교수는 책 속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은정 교수는“책을 많이 읽으면 평면적이었던 세상사가 입체적으로 다가오게 된다”고 말했다. 김진희 교수는 영상 매체와 달리 내가 끼어들 틈을 허락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세 교수는 모두 “대부분의 이화인들이 책을 통해 풍부한 지혜를 얻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내면의 외로움을 인터넷 서핑 등을 통해 풀기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화인에게 권하는 책

이동연 교수 : 「지식인을 위한 변명」 (장 폴 사라트르 저 / 방곤 옮김, 보성출판사, 2000)
김진희 교수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저 / 백낙청 옮김, 창비,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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