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질병과 빈곤으로 고통 아동­방과 후 교육 전무해

“정말 학교 앞에 판자촌이 있어요?”라며 문수정(중문·2)씨는 놀란다. 이외에도 학교 앞 거리에 판자촌이 있는 것을 알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이화인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학교 주변은 ‘이화여대’라는 대학가 이미지가 강해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층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다. 또 즐비한 상권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웃을 지역사회에서 더욱 소외시킨다.

현재 근로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국가가 도움을 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서대문구에만 4188명(2002년 기준)이다. 이 중 우리 학교 주변인 북아현동·대신동·창천동 일대에는 409명(2002년 기준)의 수급자가 있다. 여기에 법적으로 부양가족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소외계층의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가장 어려움을 겪는 대상은 노인과 아동이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관은 가사(213명)·간병(172명)·의료(73명)·정서(459명) 서비스 등을 지역 노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은 많은 데 반해 도움의 손길은 부족하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부양능력이 없는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은 열악한 환경·경제적 이유·질병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대현동 판자집에 세 들어 사는 이순녀(61세) 할머니는 “집에 화장실이 없다”며 “밤에는 지하철 역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저녁을 굶어 화장실 갈 일을 피한다”고 말한다.

아동의 경우 물질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면이 더 심각한 문제다. 한창 외부 상황에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방과 후, 돌봐줄 사람이 없어 비행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관 이혜경 부장은 “예전에는 결식아동이 문제였지만 요즘은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굶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방임되는 아이들 지도가 관건이다”며 저소득층 아동의 교육을 강조했다.

11월 말 도심지 재개발을 목적으로 철거될 예정인 대현동 판자촌 일대에는 최근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일부 철거민들이 이주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병자들은 철거민 보상금이 있어도 집을 구하러 다닐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지역 사회에 관한 관심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학교 양옥경 교수(사회복지학 전공)는 “대학생 인력의 사회환원 활동은 지역에 대한 방임 극복 차원에서 중요하다 ”며 “지역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인 1아이’식의 결연을 맺어 지속적인 관심을 쏟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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