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자라는 직함을 이용해 지금까지 많은 특권을 누렸다. ECC콘서트 때 앞자리에 앉았고, 우리 가족이 친척들에게 자식 자랑을 할 수 있는 구실도 제공했다. 하지만 진짜 특권은 기자이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현숙 감독·손석희 아나운서·열린 우리당 김원웅 의원·학교 앞 까페 ‘페라’의 주인아저씨·노학연 학생들부터 정문 앞 수위아저씨·대외협력처와 시설과 직원·설문조사를 해준 수많은 이화인과 연대인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에게 퉁명스럽게 대해 상처를 준 사람도 있지만, 기자와 취재원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진솔한 얘기를 나눈 사람도 있다. 어떤 기억으로 남든 만남이란 경험은 내게 소중하다.

많은 만남 가운데 노학연 학생들과의 인연은 더 특별하다. 지난번 노동자대회 맞이 정세토론회를 취재하면서 만난 이들은 나에게 힘이 돼준 고마운 독자다. 기사가 나간 뒤 노학연의 학생으로부터 ‘학보가 이화인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된 것 같아 기쁘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들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취재원과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자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소중한 만남은 학교 앞 까페 ‘페라’의 주인 아저씨이다. 직업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 만났는데 아저씨는 얘기를 잘 들어주는 내가 마음에 드셨는지 사회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결국 인터뷰의 방향과 너무 빗나가는 바람에 며칠 뒤 다시 그 가게를 찾았다. 두 번째로 만난 아저씨는 취재원으로서가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다음에도 손님이 별로 없는 아침에 찾아가 달콤한 케이크와 카푸치노를 앞에 놓고 아저씨와 함께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짧다면 짧은 수습기자 시절 동안 벌써 많은 학교 안팎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의 욕심은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내 인생의 빛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참아내야 할 것이다.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만난 MBC 성지영 기자가 내 취재 수첩에 ‘현장에서 봅시다’라고 싸인해 줬던 것이 떠오른다.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문구를 보면 가슴이 벅차다.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네 ! 저 윤미로 수습기자, 더 큰 세상을 만날 그 날까지 기쁜 마음으로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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