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La Strategia Del Ragno / 이탈리아 / 1970년 / 100분

1930년대 파시즘과의 투쟁에서 ‘암살당한’ 아버지의 고향 타라를 찾은 아토스. 호텔의 위치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마을 타라는 모든 것이 모호하다. 그는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닌 상황에 부딪쳐가면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버지의 실체에 조금씩 접근해 나간다.  

 <거미의 계략>에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실험적 이야기 서술 테크닉과 화려한 영상 디자인이 등장한다. 플래쉬 백은 현재와 동등한 중요성을 지닌 독자적인 시간의 언어로 쓰인다. 아무런 예고 없이 현재에 끼어들고, 심지어는 현재를 파기하기도 하는 플래쉬 백은 현재와 과거로 양분될 수 없는 역사와 진실의 이어짐을 나타낸다. 그리고 역사의 진실을 가리는 과거의 어둠을 상징하는 푸른 색조는 기괴하고 초현실주의적인 영상적 마력을 뿜어낸다. 의도적이고 장대한 트레킹 숏과 롱테이크는 아토스가 미로에 갇힌 듯 한 느낌을 시종일관 자아내며, 스타일과 스토리의 완벽한 결합을 보여준다. 

 아토스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진실의 결과만이 중요할 뿐이지”라는 말에, 결국  아버지의 실체를 폭로하려는 계획을 포기한다. 현실과 신화를 애써 구별하려고 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아토스. 그러나 기다리는 기차는 자꾸만 연착되고, 철로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왜곡된 역사가 시작되면서 시간이 멈추어 버렸음을 일깨우는 이 악몽 같은 결말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는 무엇인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과연 사실인가? 거짓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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